장기기증 버킷리스트...4명에 새생명 선물하고 떠난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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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추락사고로 뇌사 판정 받은 구경호씨 장기기증
구경호씨. [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구경호씨. [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자신의 사업을 차리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20대 청년이 생전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세상을 떠났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오후 4시21분께 제주시 조천읍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구경호씨(28)가 5m 아래 지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구씨는 닥터헬기를 통해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어린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에 잠겨있던 구씨의 부모는 아들의 친구들에게 아들이 평소 기증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던 중 아들의 버킷리스트 메모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그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

구씨는 사고를 당한 지 6일 만인 지난달 13일 제주한라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심장과 간, 신장을 전하며 새 생명을 선물했다.

제주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구씨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사업을 차리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착실히 저축하며 평일에는 건설업, 주말에는 어머니의 김밥집 일을 돕는 착한 아들이었다.

구씨의 어머니 강현숙씨는 “아들이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거 같아서 기증을 결심했다. 저도 아들과 같이 기증할 거라고 웃으면서 약속하고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속 한번 안 썩이고 착하게만 자라온 아들이 고생만 하고 떠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기증자의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고통받던 장기기증 부전 환자에게 새생명의 기회가 전달됐다”며 “생명나눔은 말 그대로 나눔이지 끝이 아니다. 기증자의 꿈 꾸던 희망과 세상을 모두 이루길 희망하며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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