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나치수열과 식물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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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숲은 식물들이 사는 세계다. 식물들로 이뤄진 공간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다. 한정된 자원, 땅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모두가 발을 붙여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뿌리를 내렸다고 해도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생장하는 과정에도 물리쳐야 할 것이 많다. 햇볕이나 지상 공간 쟁취 등이 그렇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요소도 부지기수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며 자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얻은 상처는 너무 크다. 휘어지고 꼬부라지고 꺾어지고…. 올곧게 뻗은 나무 하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현장을 보면서 오히려 즐긴다. 안쓰러워하거나 심지어 위협을 느껴야 함에도 전혀 그렇지 않다. 아예 식물이 벌이는 전쟁터로 들어간다. 그리고 모두가 편안하다고 한다.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숲 둘레길이나 오름 한 바퀴 걷고 돌아오면 하루의 활력이 넘친다. 

선인들도 그렇게 말한다. 공자와 그 제자들이 엮은 논어에서도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식물의 전쟁터인 숲이 사람을 어질게 한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도 “숲에서 10분간 산책만 해도 호흡과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며 재충전되는 것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처럼 선인들도 산과 숲이 최고의 건강 치유 장소라고 했다.

왜 그럴까? 그렇게 전쟁을 벌이는 식물을 보면서 우리는 일말의 안타까움도 없이 편안하다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식물사회의 중요한 규칙이 숨어 있다. 그것은 아무리 심한 싸움이 벌어진다고 해도 서로 간에 지켜야 할 규칙과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피보나치수열의 원리다.

피보나치수열은 아시다시피 다른 수열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나열된 수다. 이를 보면 맨 처음 수인 첫째와 둘째 수는 1이다. 그 뒤부터 모든 수는 바로 앞의 두 수의 합인 수열이다. 1, 1, 2, 3, 5, 8, 13, 21, 34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수열이 도형이나 모양으로 나타낼 때는 최고의 아름다운 형태가 된다. 그래서 자연미 수열이라고도 한다.

실제 이 수열의 규칙은 식물 구조에도 적용된다. 꽃잎, 나뭇잎, 가지, 씨앗 등이 수열 규칙을 따른다. 예를 들면 꽃잎의 개수, 돋아나는 나뭇잎의 순서, 맺히는 씨앗의 형태 등에서 그렇다. 꽃잎은 일반적으로 1장, 2장, 3장, 5장, 8장, 13장, 21장, 34장 등으로 구성된다.

나뭇잎도 마찬가지다. 나뭇잎의 잎차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마주나기, 어긋나기, 모여나기, 돌려나기가 있다. 이 중에 돌려나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줄기 어느 곳에서 첫 번째 잎이 돋아난다면 그 잎을 기준으로 줄기를 따라 나뭇잎이 위로 돌아가며 돋아나다 첫 번째 잎과 위아래 수직으로 일치하는 잎은 거의 5번째 잎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식물에 따라서는 2번째, 3번째, 8번째, 13번째 잎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식물이 피보나치수열 규칙을 따르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확보전략이다. 그렇게 진화된 식물의 구조나 모양이 사람들이 볼 때는 가장 안정적이고 아름답고 편안하게 느낀다. 

이참에 억새꽃 물결 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식물치유를 위해서….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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