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창간 78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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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본명이다.’ 뺏겼던 그 이름을 되찾았다. 축하한다. 들꽃에도 이름이 있다. 신문도 이름이 있다. 이름 곧 존재다. 존재의 또 다른 얼굴이 이름이다. 이름이 있어 생명으로 존귀하다.(2020년 7월 15일. 제주일보 재발행에 즈음하여, ‘뺏겼던 그 이름 되찾다’ 중-김길웅)

3년 전 제주일보 스크랩을 꺼내 보게 된다. 얽히고설켜 얼마나 갈등했던가. 제주언론사에 남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濟州新聞→제주일보→제주新보→제주일보’. 제주일보가 거쳐 온 이름들이다. 외딴 벌판의 들풀에도 이름이 있는데, 제주일보는 이름을 뗐다 붙였다 했다. 심지어는 한글에 한자 ‘新’ 자가 섞인 야릇한 이름도 있었다. 이 나라에 없는 국한문혼용체 ‘제주新보. 그냥 이름들이 아니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존폐의 경계를 드나든 길, 힘들고 역겹고 고단했다. 험난한 역정이었다.

법은 엄혹해, 정의 편이었다. 법의 심판으로 제주일보는 끝내 이름을 되찾았다. 정명(正名). ‘제주일보’, 인제 됐다. 제주라는 지역을 넘어 청소년 축구 발전의 한 축을 이뤄온 ‘백호기축구대회’가 부활한 것만으로도 제주일보는 도민과 세상에 당당하다. 부연컨대 다툼은 이제 끝났다.

오늘이 제주일보 창간 78주년이다. 제주일보에 다시 축하 인사를 올린다. 나이로 여든이 목전, 나잇값을 못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날들을 돌이키고 다가올 날들을 내다보며 각고면려, 자아 성찰이 따라야 할 때다. 죄는 짓지 말아야 한다. 곧고 바른 길 정도(正道), 떳떳하고 큰길 대도(大道)를 걸어야만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각자도생하는 것이다. 등 돌렸던 저간의 우여곡절이며 앙금 따위 말끔히 씻어버릴 일이다.

제주일보와의 인연을 생각한다. ‘해연풍’ 필진으로 맺은 연이 ‘안경 너머 세상’으로 이어지면서 얕은 냇물이 깊은 강물로 소리 없이 흐르는가. “정의롭습니다.” 그즈음,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의 한마디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선택했다. 걷던 길 그냥 걷자고 맘먹었던 것. 당시 고동수 편집국장이 ‘안경 너머~’를 흔쾌히 내놓았다. 무디고 어설픈 필력으로, 제주일보에 글을 쓴 지 어언 사반세기다. 일주일에 한 번 올리려니 버겁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쓰고 있다. 가파른 시간의 고빗길을 돌고 돌아 쓰고 있다. 안 쓰면 결핍으로 허탈하니 쓰고 있다.

‘사노라면’, ‘논단’, ‘시론’ 필진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다가앉는다. “우리는 단지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제주의 유력지 제주일보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신문은 위대합니다. 지금까지 써 왔듯 진지하게 쓰십시오. 고민하면서 인생을, 사회를, 제주를 통틀어서 쓰십시오. 쓰노라면, 언제든 칼럼이 수필로 변용(變容)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가 그 성공한 예입니다.”

잠에 떨어진 신문의 영혼을 일깨우는 혹독한 말씀이 있다. 언제 떠올려도 날을 세우며 낯설게 오는 말-정론직필(正論直筆). 실로 그러함으로써 신문은 무관의 제왕이요, 어느 한 구석 사회를 흐리지 않게 하는 목탁이 아닌가. 거듭 제주일보의 창간 78주년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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