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정만리(鵬程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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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북녘 바다(북명ㆍ北冥)에 곤(鯤)이란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 어찌나 큰 지 그 몸집은 몇 천리인지 모른다. 나중에 곤이 새로 변하니, 그 이름을 붕(鵬)이라 했다. 붕은 거대한 새였다. 그의 등만 해도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한데 이 새가 한 번 힘을 내어 날았다 하면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린 구름처럼 모든 것을 뒤덮는다. 붕은 바다 기운이 움직여 큰 바람이 일 때 그 바람을 타고 남녘 바다(남명ㆍ南冥)으로 날아가려 한다. 남쪽 바다는 곧 천지(天池)를 말한다.”

▲제해(齊諧)는 이 세상의 불가사의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에 의하면 붕이 남녘 바다를 향해 날갯짓을 할 때면 물보라가 삼천 리나 치솟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서야 항로를 잡는다. 그러고는 여섯 달 동안 계속 난 다음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해 쉰다고 한다.

장자(將子)의 소요유(逍遙遊)편에 등장하는 전설 속의 붕새 이야기다. 중국 고대 사상가 장자는 노자(老子)와 함께 도가(道家)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예나 도덕에 구속되지 않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했다.

▲‘소요유’는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며 놀다’는 의미다. 인위적인 사고의 범주와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의 경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앞의 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바로 붕정만리(鵬程萬里)다. 직역하면 ‘붕새가 날아가는 길이 만리’라는 뜻이다.

그렇다. 대붕(大鵬)이 단숨에 만 리나 나니 그 거리는 상상을 뛰어 넘는다. 웅대한 꿈과 비전을 지닌 사람의 일은 소인배가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는 얘기다. 원대한 사업이나 계획을 비유하거나 구만리 같은 양양한 장래 또는 머나먼 여정을 빗댈 때 인용된다.

▲제주일보가 27일 자로 창간 78돌을 맞았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창간된 본보는 유난히 굴곡진 우리 현대사와 궤적을 같이해 왔다. 본보는 그 파라만장한 여정 속에서 올곧은 시대정신으로 도민들과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을 함께 나눴다.

그 결과 제주를 대표하는 ‘최고(最古) 전통의 최고(最高) 신문’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 본보는 멀리 내다보는 붕정만리의 자세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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