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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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수 수필가

지난 오월이었다. 산책길에 동네 서점에서 동요 <따오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무척이나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형언할 수 없는 감회는 동심의 세계로 날 이끌어갔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작은 소리로 가만히 따라 불렀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목이 메어왔다. 향토적 서정과 애상적인 가락, 청아한 목소리가 불러온 향수에 가슴이 촉촉이 젖었다.

초등학교 그 시절 「따오기」는 국어 시간에 작품 감상을 공부했고, 음악 시간에는 노래를 배웠다. <반달> <고향의 봄> <오빠 생각> 등과 더불어 유년 시절의 추억을 대표하는 애창곡이었다. 한정동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작곡한 동요 <따오기>.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을 '내 어머니', '내 아버지'로 표현한 노래지만, 듣고 있으면 엄마가 생각나는 정겨운 노래였다.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엄마가 가신 나라는 멀고 먼 해 돋는 나라가 아닐지 싶다.

어릴 적 동네 앞 냇가에서 우는 따오기 소리는 한없이 처량했다. 논두렁에서 따옥따옥 우는 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몰래 눈가에 눈물이 번지곤 했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시골 냇가에서 들으면 더욱 그랬다. 제비 뜸부기 따오기는 여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새였다. 따오기는 논이나 냇가 등 습지에서 민물고기나 개구리 등 수서동물을 잡아먹고 밤이면 인근 관목숲이나 마을 뒤 소나무 숲에서 잠을 잤다.

당시 마을 논에는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많이 심었다. 통일벼는 벼멸구 등 해충에 약해 농약 사용이 늘어났다. 마을 앞 푸른 들이 하얀 농약 가루로 뒤덮이고 바람이 불면 마을까지 독한 농약 냄새가 날아들었다. 농약 냄새가 짙어질수록 따오기 소리도 점점 사라져갔다. 벼멸구 등 논밭의 해충은 철새들의 먹이였는데, 그 독한 농약 살포는 해충뿐만 아니라 철새들까지 다 죽이고 말았다.

아침이면 집 앞 전선 줄에 앉아 지지배배 노래 부르던 제비 등 정겨운 철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고향에는 이 여름 철새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맘때면 모내기 전 논이나 웅덩이에서 개골개골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엉덩이에 반짝이는 등을 달고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기억 속으로 침잠하는 그 시절, 그 모습들….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2008년부터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번식에 성공하여 지금은 3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다. 2019년부터는 따오기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야생 방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고 했다. 먼 남쪽 나라에서 봄을 물고 오는 따오기는 철새가 아니라 어엿한 텃새가 된 듯했다. 그 옛날처럼 여름이면 논두렁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고향 산천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정든 옛 정취는 오간 데 없다. 골목에는 노인들의 콜록콜록 기침 소리만 들린다. 골목에서 뛰어놀던 보고 싶은 동무들은 다 어디 갔을까. 갈 곳을 잃은 내 영혼은 어디로 갈까.

서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발걸음을 따라오며 가슴을 흔들어 댄다.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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