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상식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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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전, 작가·방송인

벌초하러 고향에 다녀왔다. 그런데 괸당들과 같이 벌초할 묘소 앞에 가 보니 아주 황당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연인즉, 묘지가 있는 밭을 최근에 매입한 주인이 묘 앞에 방을 붙였는데 ‘이 분묘는 토지주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것이므로 불법 분묘이며 법에 의거 처리할 예정입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딱 보아도 뭔가 개발을 하고자 하는 토지주가 장차 있을 분묘 이장에 관한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산소는 이백 년도 더 전에 조성된 조상 묘인데 몇 달 전에 토지를 매입한 주인이 ‘허락을 받지 않았다’라고 으름장을 놓다니? 그야말로 몰상식이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서 그 발단이 된 악성 민원 학부모에 대해 거센 비난이 일었는데, 여기에 대해 당사자가 해명하기를 ‘우리 아이의 손이 그 아이의 뺨에 맞은 것’이라고 해서 국민의 공분을 샀는데, 이 또한 말인지 방구인지 몰상식이다. 어디 그뿐이랴? 더 기막힌 것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이다. 탈 없이 군 생활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눈물로 배웅한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수해 현장에 지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그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비통하겠는가? 당연히 그 사고 경위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는 게 옳다고 보는데, 문제는 그 수사 결과가 다른 사람도 아닌 국방부 장관이 결재한 뒤에 이리저리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이유에 대해 장관이 답하기를 안 그래도 결재할 때 확신이 서지 않았단다. 일개 서민이 작은 택배 한 개를 받아도 확인을 거듭한 뒤에 사인하는 게 상식인데, 이게 또 무슨 말인지 방구인지 어불성설이다.

어쨌든 확신 없이 결재하는 국방부 장관은 모가지가 날아갔고 후임이 지명됐는데 점입가경이다. 이 사람은 8월 25일 국회 국방위에서 ‘해병 한 명이 빠져 죽은 건 안타깝지만 그게 그렇게 큰 군의 과오인가?’라고 했는데, 얼른 듣기에는 ‘해병 한 명이 죽은 게 그리 큰일이냐?’로 들리는데 필자는 당연히 큰일이라고 본다. 옛날의 강재구 소령처럼 몸을 던져 부하를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부하의 목숨은 내 목숨과도 같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군의 책임자가 될 때 비로소 국군은 강군이 되는 것 아닌가? 한 군인의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모든 군인을 어떻게 대하는가와 똑같다. 물론, 까짓거 정치인이야 원래 개소리를 주업으로 삼는 인간들이니 아무 말이나 했다 치고 싶다. 그러나 이게 그러지를 못하는 게 그가 일국의 대통령을 그것도 둘씩이나 다 ‘악마’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니 그렇다 치자. 그러나 ‘그 대통령의 목을 따자!’라니? 목을 따는 건 참수 부대가 적국의 수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이건 아무리 눅여서 봐주려 해도 너무 하다. 

국민이 선거로 뽑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목을 따겠다는 사람이라면 아무 힘도 없는 저 밑에 새카만 졸병, 우리의 자식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불문가지인데 상식을 좋아한다는 이 정부는 그걸 모르니 정녕 ‘죽은 상식의 사회‘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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