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곁에 함께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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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천주교제주교구 신제주성당 주임신부/ 논설위원

 몇 년 전, 태풍이 제주에 올라오기 전날 이른 새벽에 저는 급한 일이 있어 연북로(路) 방향으로 차를 몰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장대비가 세게 불던지 와이퍼로 앞 유리를 아무리 빨리 닦아도 역부족입니다. 불과 1m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거리에 즐비한 신호등 앞의 횡단보도 양옆으로 경찰관들이 구원의 천사들처럼 안내등을 들고 한 분씩 서 있는 겁니다. 그들은 거세게 몰아치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교통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비에 젖은 제복(制服) 속의 그들을 바라보면서 감동과 고마움이 밀려 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경찰관에 대한 반응은 시대에 따라 부침(浮沈)이 큽니다. 불과 사오십 년 전 권위주의 정부 시절만 해도, 경찰 조직은 잘못된 권력을 뒷받침하는 공권력이란 오명을 받습니다. 실제로 이런저런 불순한 의도로 불심검문과 인권침해가 빈번하게 이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당시 혹자들은 경찰관이 제복을 입고 길거리를 지나만 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세월이 흘러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찰은 단지 일그러진 권력을 뒷받침하는 공권력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 위해 혁신과 변화의 노력을 다해 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부쩍 경찰과 관련된 미담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1. 경북 예천의 윤모 할머니는 20년 전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남동생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예천지구대를 찾아 딱한 사정을 말합니다. 이에 지구대 소속 한 여경은 안타까운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마치 자기 부모의 일처럼 발 벗고 나섭니다. 우선 경찰 전산 조회 시스템으로 대상자 60여 명을 추려내고, 그들의 운전면허 사진을 일일이 할머니에게 확인하여 최종적으로 예천읍 청복리에 사는 남동생을 찾아줍니다. 그리고 그녀는 직접 할머니를 모시고 그 집을 찾아가 20년 만에 남동생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 지난 9월 22일 새벽 1시경 전남 광양읍의 한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에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읍내지구대의 한 남성 순경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면서 각 세대별로 문을 두드리며 대피하라고 알립니다. 그러던 중에 80대 할머니가 대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수색에 나섭니다. 급기야 그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22층부터 1층까지 할머니를 업고 내려와서 안전하게 구조합니다.   

사실 위의 미담들은 전국 각지에서 불철주야 온갖 어렵고 힘든 궂은 일을 도맡아 묵묵히 수행하는 경찰관의 수고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물론 어느 면에서 아직도 현장 대응에 있어 미숙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좀 더 깊숙이 국민 속에 다가옴을 느낍니다. 이제 더 이상 경찰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나아가 이는 경찰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달라진 위상을 짐작케 합니다. 이에 더욱 깨어있는 자세로 시민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사랑과 신뢰를 받는 시민의 경찰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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