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생명水] 물이란 물 전부 모은다…쓴 물도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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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물심양면 물 아끼는 싱가포르 정부와 국민

DTSS(대심도 하수처리터널) 만들어 하수와 폐수 모두 모아
부피 큰 물질 걸러진 후 1차 처리 거쳐 일부 뉴워터 공장으로
‘물 효율 기금’ 운용…기업, 물 절약 위한 혁신 기술 채택토록

기후변화와 지하수 남용 등으로 제주에서도 물 부족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2년 뒤인 2025년부터 상수도, 2030년부터 농업용수 공급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본지는 물 재이용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일본이 추진하는 물 관리 정책들을 다섯 차례 걸쳐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에서는 재활용수를 이용한 인공 폭포와 분수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창이국제공항에 있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40m 높이의 세계 최대 규모 실내폭포인 쥬얼창이 모습.
싱가포르에서는 재활용수를 이용한 인공 폭포와 분수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창이국제공항에 있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40m 높이의 세계 최대 규모 실내폭포인 쥬얼창이 모습.

▲모으고, 다시 쓴다
전 세계 통합 물관리 글로벌 리더로 거듭난 싱가포르는 물 정책에 있어 세 가지 기조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 떨어지는 모든 빗물을 모은다’, ‘사용한 물 한 방울도 모두 모은다’, ‘사용한 물 한 방울도 다시 쓴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의 90%를 빗물집수구역으로 조성하고, 우수·하수 분리 집수·이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땅속 10~30m 깊이에 48㎞ 길이의 DTSS(대심도 하수처리터널, Deep Tunnel Sewerage System)를 2008년 만들어 사용된 하수와 폐수를 모두 모으고 있다.

DTSS를 통해 모인 하수와 폐수는 부유물 등 부피가 큰 물질들이 걸러진 뒤 1차 처리를 거쳐 대부분 바다로 방류되고, 일부는 뉴워터 공장으로 보내진다.

싱가포르는 땅속 10~30m 깊이에 48㎞ 길이의 DTSS를 만들어 사용된 하수와 폐수를 모두 모으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베독 뉴워터 방문자센터에 있는 DTSS 모형.
싱가포르는 땅속 10~30m 깊이에 48㎞ 길이의 DTSS를 만들어 사용된 하수와 폐수를 모두 모으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 베독 뉴워터 방문자센터에 있는 DTSS 모형.

싱가포르는 현재 40㎞가 넘는 길이의 DTSS를 추가로 구축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애초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완공 예정 시점이 1년 연장됐다.

아울러 첨단 멤브레인(수처리여과막) 및 자외선 소독 기술 등을 통해 하수와 폐수, 바닷물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다시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질 테스트를 15만회 이상 통과했고, 1년에 두 차례 국제 전문가의 외부 감사를 자발적으로 받고 있다.

그런 만큼 물값도 저렴하지 않다. 싱가포르 물값은 수도요금, 물 절약세, 물 재생 수수료를 더해 책정된다. 상수도 요금의 경우 제주도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비싸다.

싱가포르가 추진하는 건기 시 물 절약 조치들.
싱가포르가 추진하는 건기 시 물 절약 조치들.

▲절약정신도 한몫
아무리 고도의 정수 처리 능력을 갖췄다 해도 물을 물 쓰듯 사용한다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밖에 없다. 강우가 유일한 수자원이고, 제주도 크기의 40%도 안 되는 작은 면적에 600만 인구가 사는 싱가포르의 경우 더욱 그렇다.

본지가 가본 싱가포르는 공중화장실만 해도 수도꼭지 대부분이 센서형으로 돼 있었고, 수압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매우 약했다. 센서형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최대한 세게 틀어도 물줄기가 약하게 나왔다.

변기 대다수도 대변과 소변으로 구분해 물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었다.

싱가포르는 국민에게 물 절약 방법 7가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상하수도 요금 체크하기, 샤워시간 줄이기, 싱크대에 물 받아서 쓰기, 빨래 모아서 하기, 물 재사용하기, 물이 새는 곳 바로 수리하기, 변기 사용 물 반으로 줄이기 등이다.

또 스마트 수량계를 설치해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물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물이 새면 경고 표시가 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 구축하고 있다. 실제 시범 운영된 지역에서는 수도 사용량이 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 효율 라벨 모습.
물 효율 라벨 모습.

싱가포르는 제품의 전력량 대비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처럼 제품에 물 절약 등급을 매기고 있다. 브이(V) 모양의 체크가 많을수록 절약 기능이 우수한 제품이다. 

2017년부터 광고 또는 판매 제안이 표시된 수도꼭지, 세탁기 및 식기세척기, 물 없는 소변기 등 제품에는 반드시 물 효율 라벨을 부착하도록 의무화됐다. 

브이 체크가 하나밖에 없는 제품은 아예 수입하지 않고 있다.

건기 때는 물 절약 조치도 내려진다. 샤워는 짧게, 비누칠을 하는 동안에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양치할 때는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흐르는 물에 음식을 해동하지 말고 냉장고 안에서 밤새 해동하도록, 싱크대나 양동이에 물을 채워 야채와 접시를 씻도록 하고, 변기 물을 내리거나, 바닥을 걸레질할 때 세탁기 헹굼 물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절수키트.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절수키트.

이와 함께 싱가포르는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절수키트를 요청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절수키트 사용 시 월 물 소비량의 5%를 절약할 수 있다. 

현재 싱가포르의 물 사용량은 연간 약 6억6000만t이다. 2060년에는 13억2000만으로 2배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는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인 141ℓ(한국 약 293ℓ)를 2030년까지 130ℓ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인당 10ℓ씩만 줄여도 인구를 5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올림픽 규격 수영장 21개 규모의 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싱가포르는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절수키트를 요청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절수키트 사용 시 월 물 소비량의 5%를 절약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유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절수키트를 요청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절수키트 사용 시 월 물 소비량의 5%를 절약할 수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싱가포르는 물 절약을 위해 노력하고, 최고의 물 효율 성과를 거둔 기업에 포상하는 ‘물 효율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물 재활용 구현과 함께 물 절약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채택하고, 운영에서 물 절약 기회를 식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자금이다.

현재까지 375개의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싱가포르 국립 수자원국(PUB)으로부터 다양한 보조금을 받았고, 애플리케이션이 완전 구현되면 하루 7000만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PUB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물 효율 기금에 따른 물 재활용 및 대체 수원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상한선을 기존 100만 달러에서 올해 7월부터 500만 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싱가포르는 산업용 물 솔루션 시범 펀드의 자금 지원 한도도 기존 4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늘리고, 물 효율성 평가 및 시범 연구에 대한 공동 자금 지원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여 기업이 물 절약을 시작하도록 지원하고 장려하고 있다. 

PUB는 내년 1월부터 물 집약적인 웨이퍼 제조, 전자·생물·의학 분야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물 재활용 요구사항을 의무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운 재활용 요건에 따라 2035년부터 하루 4000만ℓ의 물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PUB는 물 절약 계획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기업 등의 뛰어난 노력을 인정하기 위해 내년에 권위 있는 ‘싱가포르 워터마크 어워드’와 ‘물 효율 어워드2’를 시상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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