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의 고통, 국가가 치유해 주는 것이 국격있는 나라의 모습"
내년 5월에 문을 여는 국립트라우마센터 제주분원 운영비의 절반을 지방비로 내야할 상황에 놓인 가운데 전액 국비가 투입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국립트라우마센터 운영비로 12억6000만원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절반인 6억3000만원만 책정했고, 나머지는 6억3000만원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부담하도록 했다.
송재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관련법 상 정부 출연금으로 설립되는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지방비를 투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예산을 5대 5로 편성, 비용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공권력으로 피해를 당한 4·3유족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것은 국격에 달린 문제인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지자체에 넘기면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에 이상민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별하게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제주도는 제주4·3이 발생한지 75년이 됐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정신적 외상스트레스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고령의 유족을 위해 2020년 5월부터 제주4·3트라우센터를 시범 운영 중이다.
나라키움 제주복합관사를 임대해 센터를 시범 운영 중임에도 지난해 심리상담, 미술·음악·원예 치유, 물리치료, 한방치료를 받은 생존 희생자와 유족은 1만6557명에 달했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간호사, 심리상담사 등 인력 부족으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겪고 있는 고령·고위험군 4·3유족 679명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현재 대기 중이다. 시범 운영 중인 센터가 국립트라우마센터로 승격되면 필수 인력 7명이 충원, 총 20명의 전문인력이 확보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송재호 의원은 “불법 구금과 고문, 옥살이를 한 국민들을 국가가 치유해 주는 것이 국격있는 나라의 모습”이라며 “국가가 할 사업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