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문화와 예술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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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문화부장

“영등할망이 살려수다. 고맙수다, 영등할망.”

해마다 음력 2월 바람을 몰고 복을 가져다주는 영등할망이 들어오는 마을이 있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다.

제주신화 속에서 바람의 신 ‘영등할망’의 위력은 대단하다. 영등할망은 한림읍 귀덕1리 복덕개로 들어와 동쪽 섬 우도를 통해 빠져나간다. 딸을 데리고 오는 해에는 날씨가 좋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는 날에는 날이 궂거나 비가 내린다고 한다.

제주 바닷가의 보말을 다 까먹고 나서 다음 해에 수확할 미역, 천초, 소라, 전복과 같은 해산물의 씨앗을 바다에 뿌려놓고 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제62회 탐라문화제 탐라퍼포먼스에서 한림읍민속보존회가 ‘영등할망과 외눈박이 이야기’ 무대를 펼쳐 보였다.

바람의 신 영등할망 덕분에 외눈박이가 일으킨 풍랑에서 살아 돌아온 마을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제주 사람들에게 바다는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했지만, 피붙이를 잃는 고통의 공간이기도 했다.

탐라문화제 기간동안 27개 마을에서 준비한 탐라퍼포먼스 전 무대를 살펴봤다. 그동안 한두 마을의 무대를 관람한 적은 있어도, 이틀에 걸쳐 전체를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었다.

한림읍의 무대뿐만 아니라 만덕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건입동, 할망당굿의 노형동, 오일장 풍경이 담긴 할망난장의 도두동, 물질하러 가는 해녀 이야기의 이호동, 시장통 걸궁의 일도1동, 다라쿳 산신 놀이의 아라동,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오라동, 삼승할망 이야기의 외도동의 무대가 펼쳐졌다.

불도굿놀이의 연동, 봉아름 꽃상여놀이의 봉개동, 영등할망 맞이 애월읍, 절부제와 방사탑의 한경면, 돌챙이 걸궁의 이도2동, 삼다 어멍들 이야기의 남원읍, 홍리 농악을 선보인 동홍동과 함께 설운 조밭 검질매기를 시연한 대천동, 망껀짜는 소리를 선보인 성산읍, 세화 할망장터 모습을 보여준 구좌읍, 입춘탈굿놀이의 삼도1동, 성안고을 이야기 삼도2동, 원당사 불탑사 걸궁의 삼양동, 모홍골 삼성혈 이도1동, 고시락당 놀판굿 용담1동, 검질매는 소리의 용담2동, 삼승할망 잔칫날의 일도2동, 해신제를 봉행한 화북동까지 제주섬 곳곳의 이야기가 신명나게 울려 퍼졌다.

탐라퍼포먼스에서 무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바다에서 피붙이를 잃은 사람이라면, 어린아이를 구덕에 재워놓고 밭으로, 바다로 내달려야 했던 여인이라면, 산에서 산짐승의 고기와 가죽을 얻어야 하고, 시장 바닥에서 먹거리를 구해야 하는 아버지, 어머니라면, 그러니까 제주 사람이라면 무대에서 펼쳐진 해신제의 의미와 굿의 가치를 모를 수가 없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의 자연에 의지하고 기대며 살아왔다. 자연이 내어주는 삶에 순응하기도 했지만, 자연 때문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무너진 삶 앞에서도 하늘과 땅의 할망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 살다 보면 이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도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한라산을 바라보며, 자연을 향해 주어진 삶을 살았던 제주섬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문화라는 것이 삶이고 자연이고, 생존이라는 것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주는 문화의 섬이 맞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예술의 섬이 맞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제주섬 사람들이 준비하고,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가 62년째 이어지고 있다. 제주가 문화와 예술의 섬 제주를 지향하고 있다면, 안으로부터의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미 제주는 문화와 예술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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