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나 그 도시가 품고 있는 결핍이 있다.
또한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결핍을 발견하고 어루만지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가 결핍으로 인해 삭막한 도시 분위기로 향해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도시가 가진 가능성을 잘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결핍과 만나게 해야 도시 전체를 역동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문화의 힘, 예술의 힘이 매개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문화의 힘, 예술의 힘으로 도시의 결핍을 막아내고 역동적 도시로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크다. 그것이 문화와 예술이 가진 공유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에서나 어떤 정책에서는 문화를 만두의 고명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말로나 글로는 문화를 말하며 정작 예술인들이 필요로 하는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편성하는 예산 역시 민간에 배정되는 예산 운용에 대해 편견을 걷어낸 눈으로 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민에서 만들어지는 행사에 부정적 피드백이 깔려 있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이런 일은 ‘만남의 부재’와 ‘이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제주에는 예술대학이 없다. 문화를 배우고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관점을 배우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술대학이 가진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도시가 가진 결핍을 바꿔나갈 역량 또한 약하다.
어떻게 하면 결핍을 넘어 문화를 누리는 도시로 나갈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다. 그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도시의 역사성과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제주가 품은 숨은 이야기들을 연극이나 뮤지컬로 만들어서 보여주면 시민들은 흥미진진하게 느낄 것이며 과거와 현재가 재미있게 만나는 지점을 찾을 것이다.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예술도 뭔가 돈이 될 것 같으면 즉시 상업화되고 만다. 그래서 예술이 변질되는 것이다. 예술의 본연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시민과 함께 숨 쉬는 문화놀이터를 만드는 일이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또는 은퇴 후 문화적으로 놀거나 배울만한 곳이 적다는 것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편하게 찾아서 놀고 배울만한 놀이터가 필요하다. 그 문화놀이터는 공연, 공예, 전시, 강연 등으로 이루어지며 문화예술인들이 일자리로 확장해 나갈 수도 있다.
끝으로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박제된 전통이나 역사가 아닌 현재로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유산을 만들기 위해서 보존과 전승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인이라는 세대가 일 능력이 상실한 세대로 보지 말고 삶의 경험과 이야기가 풍부한 존재로 봐야 할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