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뿌려지는 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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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장

지난주 군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오름 산행에 나섰다.

그런데 추석이 지난 지가 보름이 넘었는데도, 오름 자락과 정상부에 아직도 벌초가 안 된 묘 몇 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자주 찾았던 오름으로, 이맘때쯤 가보면 깔끔하게 벌초가 됐었는데, 올해는 억새와 조릿대 등이 무성해 있었다.

“아마 후손들이 올해는 바빠서 벌초를 하지 못했나, 아니면 대(代)가 끊겼는가?”

그리고 일부 묘지들은 이장(移葬)의 흔적들이 보였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1970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100만6645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하지만 갈수록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 지난해 태난 신생아수는 24만9186명. 반세기 만에 4분의 1로 토막 났다.

한 여성이 가임(可妊)기간인 15세에서 49세 사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측정하는 통계인 합계출산율은 1명이 채 안 되는 0.78명으로 추락했다. 제주지역 역시 0.92명으로 사정은 마찬가지다.

역피라미드의 인구 구조다. 이렇다 보니 머지않은 미래에 가계(家系) 내 묘지 관리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언론사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후손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묘 관리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를 계산한 결과 25년 후인 2048년 태어난 남성 1명이 관리해야 할 묘의 수는 22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매장을 가정하고 분묘 관리가 가능한 인력을 기혼 인구 연령에 맞춰 35~46세로 설정했다.

여기에 1958년~1987년생(0세대), 1988~2017년생(1세대), 2018~2047년생(2세대), 2048~2087년생(3세대) 등 30년을 주기로 세대를 구분하고, 세대별 합계출산율과 남아 출생아 수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연구 담당자는 “2세대부터 남아 출생 수가 가계 전체적으로 1명이 채 안되기 때문에 묘지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남아가 없거나 자식이 1명도 없는 집안에서는 사실상 모든 묘지가 무연분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벌초에 대해서는 타지방보다 훨씬 보수적인 제주지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2001년 16%에 불과했던 제주지역 화장(火葬)율이 2010년 48%, 2020년 78%, 지난해는 80%에 육박했다. 이처럼 화장이 늘면서 자연장(自然葬) 묘인 한울누리공원도 조기 만장됐다.

2012년 4월에 개장, 2만371기를 안장할 수 있는 규모의 한울누리공원은 당초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개장 10년 만인 지난해 8월 9일자로 만장됐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동부공설묘지를 자연장지로 전환, 용강별숲공원을 조성해 지난해 12월 개장했다. 자연장 공간까지 부족현상을 나타나고 있다.

평균 수명은 길고, 출산율은 낮아 이미 2006년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풍선에 담아 하늘로 높게 올려 성층권에서 터지는 하늘장,  이른바 풍선 장례식까지 등장했다.

한 풍선 장례식 업체는 “최근 노인 사망자수가 급증하면서 고인을 추모할 사람도, 유골을 묻을 공간도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도 화장 유골을 모실 공간이 없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점차 늘어날 무연분묘 문제를 해결하고, 조상을 기리는 일 역시 소홀함이 없도록 장례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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