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끝의 빛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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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민 과장 / 제주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근 우리는 뉴스를 차마 볼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재난과 흉악범죄를 경험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인재로 사람들이 생사를 달리하고 죄없는 사람들이 잔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보며 공포와 불안을 경험한다. 사고 생존자 또는 범죄 피해자들은 흔히 말하는 외상, 트라우마를 겪는다. 직접적으로 경험을 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이 사고 당하거나 사건을 목격하기만해도, 또한 뉴스로 접한 사람들도 외상의 악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 발생이 많아지면서 편안한 일상을 영유하던 삶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낯선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멈칫하거나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등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가족이 자살을 한 경우 자신이 관심을 기울였어야 한다거나, 자신에게 하소연하는데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모르고 참아내라고 했기 때문에 세상을 떠난거라며 자책을 하기도 한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분은 자기가 같이 갔으면 혼자 외롭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하기도 한다. 미안해서 못살겠다며 자신도 같이 죽겠다며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사고나 범죄 등 외상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에게 일어난 일, 외상이 외상 이후의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는 없다. 외상은 우리가 정말 경험하기 싫지만 그냥 현실에 일어난 일이다. 당연히 가볍게 넘어 가기에는 어려울 수 있고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상이 이전보다 불행한 삶, 실패한 삶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의 삶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어떤 분들은 그 일만 안 일어났더라면 자신이 지금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라며 수십년 전에 일어난 일에 머물러 과거의 삶에 붙잡혀 있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분들은 외상 이후에 힘든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이겨내며,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면서 더 나은 삶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외상 이후에 자신의 가족과 더 가까워 졌고 내 건강을 다시 돌보게 되었으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되었다고 한다. 삶이 항상 편하고 넓은 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중간에 마주치는 터널이나 거칠고 굽은 길은 피하고만 싶고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삶이라는 길에서 터널도 지나고 굽은 길도 지나고 낭떠러지도 숨어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어두운 터널이지만 끝이 나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나갔으면 한다. 한번 터널을 지나오면 다음 터널에서는 덜 무섭고 처음 가는 거친 길은 두렵지만 그 다음에는 요령이 생길 테니 한결 수월할 것이다. 지금 어두운 터널의 중간에 있다면 절망하며 그 자리에 멈추지 말았으면 한다. 힘들지만 조금씩 나아가면 터널은 끝이 있게 마련이고 그 끝에 밝은 빛이 있음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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