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은 장엄하고 일몰은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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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일출봉의 마을 성산포의 비경과 비사를 찾아서

제주 최초 국제 무역항, 성산항
개항되기까지 겪은 우여곡절…

유네스코 문화유산 해녀물질공연·
설문대할망 설화 녹아있는 성산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의 일출. 영주십경의 제1경인 성산출일(城山出日)의 장엄한 모습을 자랑한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의 일출. 영주십경의 제1경인 성산출일(城山出日)의 장엄한 모습을 자랑한다.

▲제주의 제1경 성산출일(城山出日)

성산일출봉의 여행은 이른 아침 영주십경(瀛洲十景)의 제1경인 성산출일(城山出日)을 바라보며 시작하면 금상첨화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해변에는 제주의 제1경을 노래한 ‘성산일출 시비 취의(城山日出 詩碑 趣意)’가 세워져 있다. 해은(海隱) 김희정(金羲正) 선생이 성산을 상찬했고, 그 시를 만대의 명필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 선생이 1987년 봄에 써 둔 것을 시비에 새겼다. 

한시(漢詩)를 잘 이해할 수 없어도, 한시에 잠시 눈을 멈추었다 걸으면 산수를 읽어내는 선인들의 이야기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제주세관 옛 터 표지석.
제주세관 옛 터 표지석.

▲일제강점기의 성산포항

 성산포에서는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일본 어부들이 진출해 지역 주민들과 많은 갈등을 빚었다. 조선시대 우도에 사람이 살기 전에는 이곳이 왜구(倭寇)들이 중국을 오가는 중간 기착지였다. 

성산포에는 외항(지금의 성산항)과 내항(수마포)이 있다. 그러나 폭풍우가 몰아칠 때면 일출봉 혼자 수마포로 밀려드는 거센 파도를 막기에는 그 면적이 너무 넓었다. 태풍 소식이 전해질 때면 온 마을 사람들이 동원돼 수마포에 있는 배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산리 주민들은 수마포가 있는 수메밋에 방파제 시설이 들어서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1950년대에 수메밋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군사용 임시항만으로 이용한다는 ‘항만통제규제항’으로 묶여있었다. 당시는 동서냉전시대인 데다 6·25전쟁 이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었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성산항이 만들어졌다. 1924년 공식 자료를 보면, 성산포는 본도 동쪽 끝의 반도 상에 있으며 항만이 내외 둘로 나뉘어 있다. 성산포항은 1900년대 초부터 조선총독부가 들어서면서 여객과 물류를 수송하는 부정기 선박들이 일본에서 많이 드나들어 급속히 개방된 항구이다. 

1908년에는 제주세관의 전신인 ‘성산포감시서’가 생겼다. 이것은 성산이 제주의 동쪽 끝에 위치한 지리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성산항은 제주도 최초의 국제무역항이었다. 

해녀 물질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우뭇개 포구 현장.
해녀 물질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우뭇개 포구 현장.

▲우뭇개와 해녀물질공연

간조 시의 광치기해변은 바닷속에 잠겼던 갯바위가 드러나고, 그 갯바위에 낀 초록의 이끼를 바라보면 눈 또한 초록으로 변한다.

 성산일출봉의 여행은 이른 아침 광치기해변에서 시작하면 좋다. 성산리에는 자연이 만든 포구가 여러 곳이다. 일출봉 북서쪽으로 어깨가 붙어 있는 포구의 이름은 ‘우뭇개’다. 
우뭇개 포구에는 해녀들이 잡아 온 해산물을 판매를 하는 ‘해녀의 집’이 있다. 해녀의 집 앞 빌레(너럭바위) 위에서 매일 오후 2시에 20분 동안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물질공연’이 열린다. 

등경돌 전경. 설화에서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이 바위를 올려놓고 바느질을 했다고 전해진다.
등경돌 전경. 설화에서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이 바위를 올려놓고 바느질을 했다고 전해진다.

▲등경돌과 설문대할망, 그리고 김통정 장군

성산일출봉의 높이는 표고 180m이다. 성산을 올랐다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여 분이 걸린다. 성산을 오르며 오름 중턱에 있는 ‘등경돌’에 절을 하고 성산일출봉을 오르자. 오름을 약 3분의 1을 오르다 보면 등반로 바로 옆에 우뚝 서 장수의 모양을 한 큰 바위가 보인다. ‘제주의 창조주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지으며 치마폭으로 흙을 퍼 날라 제주를 지었다. 저녁에는 해진 치마를 바느질했는데, 돌의 높이가 조금 낮아서 높이 솟은 바위 위에 다시 바위 하나를 올려놓고 바느질을 했다고 한다. 등경돌은 또 김통정 장군이 훈련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성산을 오를 때, 설문대할망에게 두 번, 김통정 장군에게 두 번, 네 번의 절을 하며 성산을 오른다고 한다. 성산에 오르면, 5천여 년 전에 만들어진 수성화산체 분화구의 모습만 보인다. 분화구의 모습만 보이는 성산은 더욱 신비한 경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산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성산낙조(城山落照)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장엄하지만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황홀하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것은 여명과 노을이 있기 때문이다. 여명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해보다 부지런해야 하고, 노을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해보다 게을러야 한다. 

일출은 10분 전이 아름답고, 일몰은 10분 후가 아름답다. 빛은 구름으로 또 다른 빛인 색(色)을 그린다. 구름이 없으면 빛(色)이 그리는 여명과 노을을 볼 수가 없다. 삶에 구름이 끼었다고 투정 부리지 마라. 자연에 투정 부리면 자연은 자기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글·사진=고수향 세계자연유산해설사 겸
㈔질토래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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