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한 비눗방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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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이제 8개월 된 손자 재롱이 미소를 만든다. 품에 안고 놀다 돌아오려고 일어서면 가지 말라는 듯 울먹인다. 그 모습을 보면 옛날 할머니가 했던 ‘내 새끼, 내 강아지’ 하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

며느리가 야무지게 키운다. 발품 팔고 좋다는 건 다 찾아내어 먹이고, 체험하고, 교육하느라 분주하다. 수요일은 영유아 사설 놀이방에 가는 날이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내오는 걸 바라보며 핸드폰에 아예 빠져버린다. 그런데 아이 주변을 날아다니는 비눗방울이 보였다. 덜컥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 환경교육자로 지냈다. 환경부, 교육부, 교육청, 관공서에서 꾸준히 교육 의뢰가 들어왔다. 직접 체험과 실험을 거듭하며 많은 교육자료를 만들었다. 제주도 대표로 환경교육자 콘테스트에도 출전했다. 오백 명 환경교육자들과 심사위원들을 의식해야 하는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내가 만든 교육자료가 여러 환경교육 단체에서 활용됐다. 환경 대상도 세 번 받았다. 발명 특허도 가졌다. 관련 논문과 교육집도 냈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이 내용에 신뢰를 주고 싶어서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환경교육에 비눗방울 놀이를 추가해서 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안되는 게 없어야 한다는 오기로 지내던 시절이다. 비눗방울 놀이용 기구와 액체를 문구점에서 구입했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대형 비눗방울을 만드는 도구 제작과 비눗방울용 액체도 제조했다. 수산화나트륨, 칼륨 사용은 많이 해봤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사들과 학교에 도착했다. 농촌 학교라 운동장은 제주 잔디가 잘 관리 돼 있어 교육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첫 교육은 1~2학년과 재미있게 놀았다. 날씨가 잔뜩 흐려서 비눗방울이 오랜 시간 운동장을 수놓으며 날아다녔다. 선생님과 강사들도 그 모습에 반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3~4학년과 시작된 2교시엔 비가 내려 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5~6학년까지 마치고 배웅하는 고사리 손들을 보며 돌아왔다.

눈이 따갑고 목이 컬컬하다. 증상은 밤이 되자 심해졌다. 강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모두 증상이 같았다. 아차 했다. 비눗방울을 만든 성분인 양잿물은 독성이 강해 옛날 농약이 나오기 전에는 음독자살용으로도 사용됐었다. 물을 많이 희석해서 벌레에게 뿌려도 즉사한다. 밀폐된 체육관에서 교육했던 잘못이 큰 화를 불러오지 않을지 마음 졸였다.

아침이 되자 증상은 많이 나아졌지만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 선생님은 강사들처럼 여러 시간 비눗방울에 노출되지 않아서인지 증상은 없다 한다. 다행히 아이들도 그런 증상은 없었지만, 피해를 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문구점에서 구입한 것을 거실에서 실험해 봤다. 유산균을 첨가해서 만든 내 것보다 독성이 강해 보인다. 교육 프로그램에서 제외했다.

살균제 가습기 문제가 오랜 세월 흐르고 나서 최근에 그 독성을 인정했다. 의사도 잘 모르고 환자에게 사용을 권장했던 사건이다. 그보다 비눗방울 놀이가 실내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사용으로도 증상이 나타났으니.

소중한 아이들이다. 부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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