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동차 화재에 취약한 주차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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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교수 경영정보학과/논설위원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전기 자동차 등록대수는 매년 50% 이상 증가하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신규 등록된 자동차 중에 전기자동차는 26%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40만 대의 전기 자동차가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 자동차 충전소 중 72%는 공동주택에 설치되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적이지만 전기 자동차로 인한 위험이 크다. 건물의 화재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전기 자동차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오래된 공동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추세에 있다. 사업 수익성 때문에 이전보다 더 높게 건물을 짓는다. 고밀도의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더 파서 주차 공간을 확보하거나 아예 주차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 공동주택의 지하 주차장은 택배 차량이 겨우 진입할 정도로 층고가 낮아 소방차가 불을 끄기 어렵다. 

전기 자동차는 배터리 1개에서 이상이 생겨도 도미노 현상처럼 인접 배터리로 열이 전이된다. 전기 자동차가 불타면 700~1200℃에 이르는 뜨거운 열이 생기고 물속에서도 불꽃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큰 폭발이 생긴다. 주차된 인접 전기 자동차로 화재가 번지기 쉽다. 전기 자동차 화재에서 생기는 700~1200℃ 열은 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로 뜨겁다. 

자동차의 안전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주차 중에 화재가 발생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운전 중에 화재가 발생하면 재빨리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주차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어렵다. 지하 주차장과 주차빌딩에서 불이 난 경우에는 자동 소화설비가 작동해도 전기 자동차의 불을 끄기 어렵다. 자동차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뿌려도 차체에 막히기 때문에 자동차 안으로 직접 물을 뿌리지 않으면 불을 못 끈다. 

지하 주차장은 환기가 어려워 화재 발생 시 연기와 독가스가 쌓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공동주택의 구조는 지하 주차장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통로를 따라 굴뚝효과로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퍼져 막대한 인명피해를 만든다. 지하 주차장은 소방대원이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하기도 어렵고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 장비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전기 자동차는 배터리 중량만 450㎏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전기 자동차가 내연 자동차보다 300kg 더 무겁다. 내연 자동차 20대를 수용할 기계식 주차 엘리베이터에 전기 자동차가 들어가면 전기 자동차 12대가 제한 중량에 이른다. 전기 자동차의 무거운 하중은 오래된 건축물의 구조설계 기준을 초과하여 건물 붕괴를 일으킨다. 

전국적으로 주차 엘리베이터 1만5749기에 대해 정밀 안전점검을 한 결과, 41.7%에 해당하는 6565기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2018년~2022년 주차 엘리베이터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사고 43건 중 47%에 해당하는 20건은 주차 엘리베이터의 노후화가 사고 원인으로 조사되었다. 내연 자동차에 맞게 설계된 주차설비가 전기 자동차의 등장으로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 전기 자동차 화재에 취약한 주차시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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