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도 낯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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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빈대는 3500년 전에 박쥐에 처음 기생했으나 사람이 동굴생활을 하면서 옮겨 붙었다고 전해진다. 빈대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방구석이나 침대 틈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빈대에 물리면 가렵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속담을 보면 우리 조상들도 빈대에 엄청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빈대 붙는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들이 지금도 종종 회자되는 것을 보면 빈대를 얼마나 귀찮아했는지 짐작이 간다.

오죽해야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 ‘집이 타도 빈대 죽으니 좋다’는 말까지 있었을까.

우리나라 토종 빈대 박멸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1970년대 들어 환경 문제로 사용이 금지된 DDT(살충제)다. 그 후 1980년대 들어 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방역을 하고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서 국내 토종 빈대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 성가신 흡혈 곤충을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정 회장은 생전에 직원들을 나무랄 때 ‘빈대만도 못한 놈’이란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정 회장이 스무살 정도의 나이에 노동일을 할 때 노동자 합숙소에 빈대가 많아 밤잠을 설쳤는데 침상의 네 다리에 물을 한가득 담은 세숫대야를 받쳐놓자 며칠 동안은 뜸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빈대가 들끓어 자세히 관찰해보니 빈대가 방의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누운 사람 배 위로 수직 낙하했던 것이다.

정 회장은 이 때 빈대에게서 지혜와 끈기를 배웠다고 한다.

여기서 빈대만도 못한 놈은 잘못으로부터 깨우침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말함일 것이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 빈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3일 인천의 한 사우나에서 빈대가 발견된 이후 대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 부천과 서울 영등포 고시원 등에서 빈대가 출몰,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다.

지난 30일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3개구에서 빈대 방역에 나설 정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엔데믹 후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해외에서 빈대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종 빈대든 유럽 빈대든 제때 박멸하는 게 답이다. 정치권의 빈대도 퇴치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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