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지방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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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편집국 부국장

제주특별자치도의 내년도 살림살이, 즉 2024년도 본예산안이 편성돼 이제 곧 제주도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올해도 역시 본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재정 위기’라는 단어다. 지방행정에서 쓸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예산은 정부나 제주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맨 처음 편성해 국회나 도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을 말하는데 당초예산이라고도 한다. 연말에 다음 해에 들어올 수입을 예측하고,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 지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짜놓은 것이다.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면 예산을 지출할 수가 없다. 부득이한 사유로 본예산을 일부 바꾸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결국 제주도와 행정시는 물론 산하 출자·출연기관, 읍면동, 각종 기관·단체 등의 예산을 1년 동안의 지방 살림살이인 본예안에 반영해야 한다. 지방재정 위기 속에서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예산은 크게 세입과 세출로 구분된다. 지방 세입은 제주도가 거둬드리는 세금인 지방세와 사용료·수수료·교부금·이자·과태료 등인 세외수입, 그리고 국가가 지원하는 의존재원(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지방이 발행하는 빚인 지방채, 보전수입 등 행정 내부거래로 마련된다.

제주도는 올해 본예산에 지방세 수입으로 1조8726억원을 반영했다. 올해 이 정도는 지방세로 거둬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현 시점에서 지방세가 예상보다 50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배분하는 지방교부세는 올해 2조1060억원으로 예상했다. 지방교부세는 국세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올해 국세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59조원이나 줄었고, 결국 지방으로 배분되는 교부세도 급감하게 됐다. 제주도로 지원되는 지방교부세는 예상보다 3400억원 가량이나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에만 제주 지방 세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3900억원이나 줄게 됐다. 1년치 수입을 예상해 쓸 돈을 모두 결정해 놨는데 수입이 모자라니 지방 살림살이에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 

국세와 지방세 징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이유로 불가피한면이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제주도가 살림살이를 제대로 예측하고 운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제 제주도는 지난 6월 초에 확정된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지방세와 교부세가 본예산보다 더 들어올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한달도 지나지 않아 세입이 줄어든다면서 쓸 돈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지방 세입 여건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결국 제주도는 내년에 재방채 24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빚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또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관리기금에서 자금을 끌어오기로 했다. 통합관리기금에서 가져오는 예산도 역시 빚이다.

제주도는 내년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기존 사업 예산들을 대폭 삭감했다. 행정 내부는 물론 읍면동과 각종 기관·단체 등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지사 공약 사업에만 예산을 집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온다.

이제 곧 제주도의 내년도 본예산안이 공개된다. 제주도가 편성한 지방 살림살이가 여러 곳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을 잠재우고 어려운 제주의 민생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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