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우는 사람은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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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2011년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두분토론’은 “남자는 하늘이다”라는 '남하당'대표 박영진과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는 '여당당' 대표 김영희가 토론을 하는 코너이다.

이 코너에서 박영진은 조선시대 남존여비 사상을 답습하듯 “어디 건방지게 여자가 OO를 한다”며 “그럼,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며 시대와 동떨어진 전근대적 발언을 내뱉으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샀다. 또한 박영진의 대사 중 “소는 누가 키울거야”는 당시 유행어로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서 ‘소는 누가 키우냐’는 ‘집안일은 누가 하느냐’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주류 세력과 기득권을 타파하려는 혁신위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혁신안 2호로 ‘당지도부와 친윤 핵심, 영남권 중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그럼 앞으로 소는 누가 키우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에서 당내 핵심 주류세력들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난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은 어떻게 해야 선거에서 이기는 지까지는 잘 알지 못할 수 있다”며 “영남 중진을 수도권에 보낸다고 다 이기는 것도 아닌데, 그럼 앞으로 소는 누가 키우냐”고 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로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다가 불과 19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당당히(?) 복귀한 그이기에 친윤 핵심으로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선거 대패로 혁신위까지 출범시킨 국민의힘에 진정한 혁신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까지 들게 했다.

물론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 2호에는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구속 시 전면 박탈’,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의 요구사항들도 담겨 있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당지도부와 친윤 핵심, 중진의원들의 희생이다.

▲이 위원장의 ‘소는 누가 키우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럼에도 혁신위의 핵심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국민들은 김영희처럼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라며 비아냥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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