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재단이 나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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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편집국 부국장

제주4·3은 75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이념과 대립의 굴레에 갇혀 있다.

군사정권 때는 폭동으로,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항쟁으로, 이외에 봉기·학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왔다.

현재 제주4·3은 ‘사건’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19년 만인 지난해 추가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4·3의 완전한 해결과 4·3의 올바른 이름인 정명(正名)을 찾기 위해서다. 최근 논란이 됐던 ‘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거짓 선동을 잠재우려면 추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시행하되 실무와 자료수집, 조사연구는 제주4·3평화재단이 맡는다. 

재단은 그동안 4·3희생자 유해 발굴, 평화와 인권의 성지인 4·3평화공원 관리, 4·3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왔다.

막중한 업무를 총괄해 왔던 고희범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전격 사퇴하면서 재단이 흔들리고 있다.

발단은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조례 개정안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재단 정관에는 이사장은 전국 공모로 진행하되 임원추천위원회(7명) 심사를 거쳐 추천을 받은 인사가 이사회 의결과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 임명하도록 됐다.

그런데 임원추천위는 형식적인 절차로, 실제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장을 선출해왔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비상임 이사장에 대해 ‘책임 경영’을 주문했다. 도와 성과계약을 맺고, 사업 집행과 기금 운영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상근 이사장’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오 지사는 “재단에 내년 예산으로 출연한 기금이 36억원이 넘고, 국가 재정까지 합하면 100억원이 넘어선다”며 “도민과 국민이 내는 세금이 잘 쓰이는지 집행부가 점검해야 한다”며 재차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고희범 전 이사장은 도지사가 이사장을 임명하면 “정치적 중립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선거공신이나 측근이 내정될 가능성이 높아 재단 장악 시도로 보인다”며 “제주4·3은 제주도지사가 독점할 수 없는 제주도민의 피의 역사”라며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4·3범국민위원회 등 4·3단체도 “민·관이 합동해 설립한 4·3평화재단을 제주도의 일개 출연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고, 이사 임명권 변경으로 재단의 향후 활동과 정체성은 도정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좌우될 우려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재단의 역할 중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국내외 평화·문화 교류 등 학술·연구 분야에서는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조직 운영’과 ‘인사’, ‘경영’은 도민의 기대와는 떨어지고 있다.

감사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매번 회계 처리 미흡과 수의계약 문제점이 지적됐다.

제주도는 기본적인 업무조차 수행하지 못하면서 감사에서 계속 경고와 주의를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4·3장학생 선발에서 성적 배점을 잘못 책정해 선발자와 탈락자가 2명이나 뒤바뀌기도 했다.

16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시중은행에 넣지 않고, 10년 만기 생명보험 상품에 예치하면서 이사회 의결마저 무시했다.

제주도는 재단의 방만하고 편향적인 예산 집행에 이어 유족과 도민에게 돌아가야 할 시혜가 특정 단체에 쏠리고 있다며 조례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평화와 인권 신장 등 상징 사업으로 연간 100억원을 지원받는 기관은 4·3평화재단이 유일하다고 했다.

4·3희생자의 피와 눈물로 세워진 재단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한 번 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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