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Respect)
리스펙(Respect)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안성준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인공지능공학과/논설위원

국가통계포털 코시스(https://kosis.kr)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남자가 43.3세, 여자가 45.7세, 그리고 전체로는 44.5세라고 한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40대 중후반인 필자는 아직도 평균 근처에 속해 사회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축에 속하는 셈이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몸 곳곳에서 노화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날이 갈 수록 휑해지는 정수리와 늘어나는 흰머리, 시력과 상관없이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노안, 앉았다 일어나기가 살짝 힘든 무릎까지, 이제 본격적인 노화의 단계에 접어 들었음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신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성장에서 노화의 단계로 바뀌게 된다. 이렇듯 몸은 노화의 단계로 들어갔지만, 다행스럽게 예전에 비해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타인에 대한 ‘존경’과 ‘인정’하는 마음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어린 사람에 대한 존경과 인정이다.

한국 사회는 여러 역사적, 문화적 이유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서열 문화’가 강한 사회이다. 이 서열 문화는 군대 시절 소위 말하는 짬밥 서열, 직장 내 학력이나 나이, 직위에 따른 연공 서열, 보통 전문직에서 많이 보이는 기수 서열 등등 참 많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아마도 가장 깊고 넓게 존재하는 것이 ‘나이’라는 서열일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만 가더라도 서로 나이를 먼저 물어보고, 업무상 미팅에서도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형님, 동생으로 호형호제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도 우리의 무의식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대한 기본적인 서열 체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편하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에 따른 서열이 나쁘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무의식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에 대한 존경과 인정은 쉽게 하는 반면,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인정에는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방해하는 큰 장애물 중 하나 이며 동시에 사회 전체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필자는 최근 MZ세대라 불리는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리스펙(리스펙트, Respect)’이라는 용어의 유행이 참으로 반갑다. 이 용어는 사전적 의미로는 상대에 대한 존경을 뜻하며, 최근 사용되는 사회적 의미로 살펴 보면 타인의 인격, 사상, 행동, 가치관 등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기존 가치, 서열 등과는 별개로 개인의 개성, 신념에 대한 존경과 인정을 표현 하는 이런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타인과 그들의 모습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주변, 또는 매일 접하는 미디어에는 리스펙이라는 용어를 붙이고 싶은 사람이 꽤 많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존경할 만한(Respectable) 모습을 가진 사람에 대해 마음껏 리스펙하자. 이 리스펙은 한 개인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모두를 개성 넘치고 멋있게, 그리고 존경할 만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나의 리스펙 대상의 모습을 보고 또 하나를 깨닫고 배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