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와 빈대떡 그리고 제주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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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릿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 가지 돈이 없어 들어갈 땐 폼을 내며 들어가더니/ 나올 적엔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뒷문으로 도망가다 붙잡히어서/ 매를 맞누나 매를 맞누나 와하하하 우습다 이히히히 우습다/…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

가수 한복남이 1943년 노래한 ‘빈대떡 신사’다. 1940년대나 지금이나 돈 없는 건달이 식당이나 술집에서 가오(폼)만 잡다가 매 맞고 쫓겨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다고 집에서 빈대떡 부쳐 먹을 돈이나 있겠는가.

빈대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돼지고기와 돼지기름, 녹두와 야채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건달이 빈대떡만 먹을 것인가. 막걸리도 있어야 폼이 난다.  

▲빈대떡을 한자로는 빈자병(貧者餠)으로 불렸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떡이라는 것이다.

빈대떡은 1517년 ‘빙져’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바 있다. 녹두와 찹쌀을 갈아서 부친 전으로 소개됐다.

또한 빈대가 많아 빈대골이라고 불렸던 현재의 서울 정동에 빈자떡 장수가 많아지면서 빈자떡이 빈대떡이 됐다는 설과 빈대처럼 빈대떡이 납작해서 빈대떡이 됐다는 설도 있다. 그러고 보면 해충 빈대와 빈대떡이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닌 셈이다.

▲서울 등 다른 지방에서 해충 빈대 공포증이 날로 커지고 있다.

1970년 이후 사라졌던 빈대가 서울·대구·인천의 고시원, 사우나, 기숙사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제적 관광지인 제주지역에서도 빈대가 발생할까 행정기관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9일 빈대 예방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제주도는 건강관리 부서가 빈대에 효과가 있는 약제를 조속히 구매해 필요시 즉시 방제작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도는 앞으로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숙박업소나 목욕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위생 점검과 계도에 나서기로 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이 있다. 관광지역인 제주도로서는 초가삼간을 태워도 빈대를 잡아야 한다. 제주에서 빈대 1마리가 발생하면 관광객 수만명이 제주 관광을 포기할 수 있다.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초가삼간이 무슨 대수인가.

그런데 AI(인공지능)시대에 빈대 걱정이라니. 

빈대의 생명력도 참 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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