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사지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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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지난 달 22일 봉려관 스님 행적을 찾아 떠나는 힐링 체험에 동참한 40여 명은 법정사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서귀포시 도순동 산 1번지 법정악의 우측 능선 해발 680m에 있다. 축대를 쌓았던 돌담과 샘물, 녹슨 무쇠솥 하나가 전부다. 법정사는 1911년 제주시 화북 출신 봉려관 스님이 창건했다. 억불숭유 정책으로 200여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제주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운 스님이다. 그래서 근대 제주불교 중흥조, 선각자, 독립운동가라 불리고 있다. 1909년 관음사 창건을 시작으로 법정사, 불탑사, 법화사, 월성사 등을 창건하거나 중창했고, 불법을 펴 중생구제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왜 제주시에서 멀고 험한 이곳에 법정사를 세웠을까? 스님은 관음사를 창건하고 다음 해 대흥사를 방문한다. 그때 대흥사 심적암에서 왜경에 의해 항일 의병들의 참사 당한 것을 알게 된다. 충격을 받은 스님은 항일의지를 굳게 품고 바로 제주로 돌아온다. 그래서 그 뜻을 펴기 위해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아닐까. 왜냐면 무오법정사항일운동의 주역인 김연일(법정사 주지 총지휘), 강창규(선봉대장), 방동화(좌대장) 스님들이 관음사에 이미 주석했었다, 그리고 모든 뒷바라지를 봉려관 스님이 하였을 뿐만 아니라 독립자금을 마련 중앙 본부로 보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은 기미년 3.1운동 5개월 전 1918년 10월 7일 승려들의 주도로 중문동을 중심으로 13개 마을 주민 700여 명이 참여한 제주 최초 무장 항일운동이다. 왜병 기마대는 해산시키고 법정사도 불태워버렸다. 66명이 체포되어 옥사,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왔느냐고 까마귀들이 ‘까옥까옥’ 우는 것 같다. 푸른 숲에 유독 단풍나무 한 그루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편안하게 앉았다. 관음사 동욱 스님의 지도로 명상에 들어갔다. 눈을 감고 숨을 내고 마시는 길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러면 삼매에 들어갈 수 있단다. 바람 한 점 없다. 고요 그 자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있다. 힐링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다음은 작은 태극기를 모두 양손에 들고 그날을 생각하며 만세 삼창을 외쳤다. 울컥했다. 이어 걷기 명상에 들어갔다. 가파른 능선 숲길을 지나 무오법정사항일항쟁 기념탑에 도착 묵념을 올렸다. 그런데 1994년부터 시작된 법정사 성역화 사업은 의열사(義烈祠)와 기념탑 건립을 끝으로 멈춰 서버린 지 오래다. 미뤄진 수련원과 대웅전 건립만이라도 속히 세워 살아있는 청소년교육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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