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항룡유회(亢龍有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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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항룡유회(亢龍有悔), 하늘 끝까지 올라가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후회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오를 만큼 올라갔으면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알고,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고사성어를 인용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역사 속 인물이 두 사람 있다. 

중국 진시황의 최측근 ‘이사(李斯)’와 한나라의 개국공신 ‘장량(張良)’이다.

이사는 진시황을 섬기며 중국을 통일하고 법치주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진나라 최고의 재상(승상)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진시황 사후 환관 조고와 결탁, 진시황의 열여덟 번째 아들 ‘호해’를 2세 황제에 올렸으나 결국은 조고의 모함으로 일족이 몰살당했다.

반면, 장량은 소하, 한신과 함께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건국한 ‘한초삼걸(漢初三傑)’ 중 한 사람으로, 유방이 “군막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에서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며 신임할 정도였다. 

하지만 장량은 한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이었으나 관직을 사양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은거했다. 

역사가들이 권력을 탐하지 않음으로써 천수를 누린 인물로 장량을 첫 손에 꼽는 이유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국민의힘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다.

혁신위가 당지도부, 친윤 핵심(윤핵관), 중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지도부는 물론 친윤 핵심, 중진 의원들의 침묵 속에 혁신위의 조기 해체설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지난 14일 제주를 찾은 인요한 위원장이 “혁신위 조기 해체는 없다”고 일축하고 “시간을 주면 중진들이 100% 움직일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으나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김기현 대표는 측근에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했지만 정작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고, 윤핵관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산악회원 4200명을 내세워 세 과시를 하며 “서울에 안 가겠다”고 으름장이다. 

▲공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게 될 수 있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높이 오를 만큼 올랐고, 권세도 누릴 만큼 누린 한국 정치인들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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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11-17 19:05:32
공천을 위하여 자존심을 버려야 하나?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의 ‘맞고 할래?’라는 말. 그래도 대통령의 말이라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코가 큰 미국인이 하는 말이기에 한국인을 무시하는 말로 들린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국회의원 배지가 소중하다 하여도 대통령의 힘을 빌려 외국인이 하는 말, 자존심이 있는 의원들이라면 순응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공천에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에 의하여 공천하면 되는 것인데 다선의원이라고 아무 데나 보내고 아니면 포기하라는 것은,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에서도 없었던 무서운 독재의 전초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