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무도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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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문화부장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2003년생 뽀로로가 올해 스무 살이 됐다. 

뽀로로의 시작과 함께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은 어느새 20대가 됐다.

노는 게 제일 좋았던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친구들과 경쟁하며, 혹독한 입시과정을 거쳐 하나둘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적 지상주의의 학교와 서열화된 대학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교육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고 말한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드는 의문은 딱 하나다. 

어째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성적이라는 것으로 순위를 매기고, 수능이라는 성적표를 쥐여주며, 대학이 원하는 요건으로 중무장시켜 대학 정문 앞에 아이들을 줄 세우고 있는지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대학이 해야 할 몫이다. 지금처럼 고등학교가 대학의 요구조건에 맞게, 혹은 대학의 선발 편의를 위해 학생들을 줄 세울 것은 아니다.  

공교육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몸과 마음이 성장하며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찾아 대학도 학과도 선택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은 대학이다. 대학이 대학(大學)이라면 말이다.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분야별로 유능한 학생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서열화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대학이 해야 할 일을 공교육이 대신하고 있었다고 본다. 

공교육 교육 과정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정도 여러 차례다. 고교학점제와 서술형 수능의 도입 등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큰 줄기였다. 2028년 입시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공교육 교육과정의 혁신을 예상하기도 했다.

최근 고등학교 내신에서 모든 문항을 논·서술형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교사들 과반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의 상대평가 기조에 따라 모든 학년이 상대평가로 등급 확보가 관건이 된 상황에서 채점 관련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여기서 충돌하는 것은 서술형 평가와 내신, 그리고 상대평가의 관계다. 서술형 평가와 관련한 채점 문제는 그동안 많은 연구자의 연구를 통해 표준화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 결과를 내신에 반영하는 것에 있어 교사의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런데, 평가란 무엇인가?

평가는 대상 학생의 성장을 위한 과정 가운데 하나다.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내신을 산출하기에 어렵다고 꺼린다면, 평가의 본질은 사라졌다고 본다.

입시가 바뀌어야 한다는데,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성적순에 매달려 끌려가고 있다. 수도권의 의대를 목표로 1점 차 승부를 벌이고 있고, 재수와 삼수를 하더라도 수능을 보고 또 봐야 하는 아이들을 접하면 암담하다.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바꾸지 않았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남아있다. 그 산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상상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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