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 괜찮은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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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논설위원

지난 8월 대학원을 마친 아들이 얼마 전 바로 취업했다. 올해 우리 부부 최고 경사다. 양쪽 할머니들이 더 신나셨다. 동네 친구분들에게 이미 여러 턱을 내고도 연말까지 줄줄이 약속 잡혀 있다신다. 

문제는 다음이다. 어디 취직했냐? 당연, 좋은 데 했겠지! 높은 경쟁률 뚫고 대기업 정규직으로 들어갔겠지! 연봉은 얼마라더냐? 등의 물음에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은 아니고 서울에 있는 조경 설계 회사 인턴이며 초봉은 웬만큼 준답니다, 정도 대답하고 나니 덕담이 이내 멈췄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좋은 일자리란 무얼까? 괜찮은 일자리란 어떤 일자리인가? 그동안 노동시장에서 노동강도, 일과 삶의 균형, 근로 만족도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고용의 적정보수, 고용 안정성, 산업재해 축소 등 질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Job)와 좋은 일자리(Good Job, Better Job)로 표현되고 있다.

세계노동기구(ILO)의 괜찮은 일자리란 남녀 모두 자유, 평등, 안전,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는 상황에서 괜찮은 생산적 노동을 획득하는 기회이다. 좋은 일자리는 보상수준과 직무만족도가 높으며 사회적 위세가 높은 일자리를 말한다. 이는 임금을 강조하는 경제적 접근, 직업 위세에 중점을 둔 사회적 접근, 주관적 만족도에 집중한 심리적 접근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월 제주 연구원 이순국 박사가 좋은 일자리 지표를 적정임금, 고용 안정성, 적정 노동시간, 일자리 평판(인식), 일과 삶의 균형, 자기의 개발 투자, 적정 종사자 규모로 규정하고 제주 거주 만20세 이상 도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좋은 일자리 중요도가 적정임금, 고용 안정성, 적정노동시간, 일과 삶의 균형, 안전근로환경 순으로 나타났다. 전보다 사회적 평판 중요성이 떨어졌고 일과 삶의 균형 중요성이 높게 나타났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자리 평판은 사회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나타내며 일자리 선호에 중요한 결정요소이다. 

제주는 소규모사업체, 10인 미만 사업체들이 90% 이상이다. 제주에 번듯한 대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그동안 좋은 일자리가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 지자체 정규직, 공공일자리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사회적 평판보다 일과 가정, 사회생활의 조화를 중시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기업체 규모나 근로 업무도 중요하지만, 가정과 자신의 사회생활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근로사업장에서 일하는 시간 외로 가정과 사회생활을 위해 투자하는 기회가 확보되며 노동의 양성평등과 인간 존엄성을 확보하는 좋은 일자리의 필수적 요소이다.

이에서 보면, 만일 고용안정과 노동시간, 일과 삶의 균형, 자신 개발을 위한 시간과 비용 등만 보장된다면 사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중소기업체라도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다. 

하루빨리, 지자체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와 괜찮은 일자리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질적 향상을 도모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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