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탐라섬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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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악연희단하나아트, 17~18일 창작음악굿 ‘제주성주풀이 새집지어 오람구나’
㈔국악연희단하나아트의 창작음악굿 ‘2023 제주성주풀이 새집지어 오람구나’가 지난 17일 비인(BeIN;) 공연장에서 열렸다.(사진=㈔국악연희단하나아트 제공)

새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과 가치관을 담을 새로운 공간을 전통이라는 바탕 위에 세우는 일이다. 무엇보다 고향으로 돌아와 새집을 짓는 것은 우리를 다시 세운다는 의미가 있다.

㈔국악연희단하나아트의 창작음악굿 ‘2023 제주성주풀이 새집지어 오람구나’가 지난 17일과 18일 세 차례 비인(BeIN;) 공연장에서 열렸다.

문전본풀이에 등장하는 일곱 형제 가운데 막내아들로 문전신으로 좌정하는 ‘녹디생이’와 일곱 형제의 어머니를 죽이고 계모로 들어와 일곱 형제마저 죽이고 집을 차지하려는 ‘노일저데귀일이똘’, 그리고 강태공 서목시 등이 등장한다.

17일 공연은 혼돈의 세상, 칠흑 같은 어둠의 소리가 담긴 ‘검은 연주’로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아득한 곳으로 떨어진 녹디생이. 기억도 희미해져 간다. 세상 속에서 처참함을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낀 녹디생이는 돌아가야 할 고향을 생각한다.

요물스런 노일저데귀일이똘의 유혹과 음모에 놀아나는 제주섬의 사람들과 아버지 남 선비의 칼 가는 소리에 눈치를 챈 녹디생이는 지혜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드리쿵쿵 연물소리 울려 ‘폼포시(복수의 제주어)’하고, 비비둥둥 간절한 연물소리인 ‘피오를 꽃, 살오를 꽃(서천꽃밭의 꽃들로 신묘한 기능을 가진 꽃)’으로 어머니를 살린다.

세경땅(온세상의 신화적 표현)에 집을 짓는 강태공 서목시 선생. 흥겨운 장단에 덕이 깃든 나무를 베어 표류하는 배에 돛을 달고, 지붕을 얹는다. 무대 위 배우와 관객 모두가 한배를 탄 가족임을 드러낸다.

무대에서 ‘빚어보자, 허쉬’하면, 관객들 역시 ‘빚어보자, 허쉬’가 이어졌다.

“세경땅에 터를 잡고, 칠성터에 집을 지어, 신구간 날을 잡아 우리 집이 되었구나, 이제 다시 돌아오게 되었구나. 한 세상 좋은 벗 얻어 춤도 추며 놀아보자”

긴 표류 끝에 다시 돌아오게 된 제주섬은 어머니의 품속 같았다.

제주굿에 사용하는 연물타악이 공연의 중심을 이루면서 원초적인 느낌과 간절함이 더해졌다.

제주굿과 국악이 어우러지고, 배우와 소리꾼, 연주자들이 모두 함께 제주어로 꾸민 무대는 제주인들에게는 향수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이색적인 무대로 다가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관광객 정모씨(65)는 “제주어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합심해 고통을 헤쳐나가는 강인한 제주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며 “그 어떤 공연보다도 제주다운 무대였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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