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말해주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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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한 젊은 사장이 ‘임대인이 영업을 방해한다’며 급하게 상담을 요청했다.

젊은 사장은 음식점을 운영하기 위해서 2년 반 전, 한 상가를 임차했는데,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임대인이 주차문제와 청소문제로 수시로 가게에 찾아와서는 손님이 계셔도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상담을 요청하기 직전에도 임대인이 또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소리를 질러 손님이 직접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젊은 사장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를 원했다.

임대인은 기존의 임대차계약기간인 2년이 종료될 때 계약을 끝내기 원했지만 젊은 사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장하며 갱신한 상태였다.

계약을 갱신하기 이전에도 이런 일 때문에 임대인과 마찰이 있어 젊은 사장 역시 계약을 종료하고 싶어했지만 순순히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과 본인이 가게에 투자한 시설비 등이 있어 계약갱신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되고, 심지어 손님에게도 임대인이 직접 소리를 지르는 일이 발생하자 더 이상 영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임대인이 손님에게 소리를 지르는 행위, 마음대로 가게에 들어와서 소리를 지르는 행위 등에 대해서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과는 별개이다.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대인에게는 임대목적물을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도할 의무, 임차인에게는 차임지급의무 등이 발생하고,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법정해지사유 즉, 법률에 정한 해지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지만 젊은 사장의 경우와 같이 법률이나 계약시 정해지지 않은 사유로 인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계약 해지에 대해서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으면 당연히 가능하지만 해지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증금 반환, 차임 반환, 원상회복의무 등의 문제들이 남아 있어 합의에 이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임대인이 가게에 들어와 소리를 지를 때마다 젊은 사장이 경찰에 신고해서 임대인의 이러한 영업방해나 주거침입행위가 지속돼 임대차 목적물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못할 정도임이 입증됐으면 좋았겠지만, 상가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임대인의 행위에 대해서 매번 신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임대인의 영업방해 또는 주거침입행위가 유죄로 인정될지도 모르지만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서 계약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양 당사자의 신뢰가 훼손돼 계약해지사유가 되는지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임대인도 건물소유자이기 전에 같은 건물에서 함께하는 이웃이기 때문에 젊은 사장과 대화로 상황을 잘 풀어야 했고, 젊은 사장 역시 기존 임대차기간 동안 임대인의 방해로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면 계약갱신에 대해서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특약사항을 꼼꼼하게 정했어야 한다.

법률로 정한 권리와 의무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계약과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빈틈을 잘 채우는 것은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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