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배터리, 남는 전력 바닷물에 저장했다가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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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에너지 새바람] 3. 무한한 자원 바닷물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저장기술
블루배터리 재생에너지 저장하는 혁신 기술로 출력제한 극복...위험 차단·에너지 안보 최적
잉여전력 활용하는 섹커커플링, 에너지 경계 허물어...개미산, 친환경 해충제·환경오염 방지
실험실 규모의 해수이용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인 블루배터리(사진 왼쪽), 해수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블루배터리.
실험실 규모의 해수이용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인 블루배터리(사진 왼쪽), 해수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블루배터리.

제주는 탄소중립사회를 향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산의 전초기지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 결과 제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22년 기준 19%를 웃돌며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분산에너지 활성화특별법,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생산설비 확대 등 국가, 지자체 에너지 대전환 정책과 맞물려 제주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더욱 높여나가야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출력제한’이다. 

출력제한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과도할 경우 전력계통의 안정을 위해 발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이다. 출력제한 횟수는 2017년 14회, 2020년 77회, 2022년 104회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2034년 한 해 제주지역 신재생에너지 출력제한 횟수를 326회, 출력제어량은 발전량의 약 40% 가량인 2931GWh, 피해액은 5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출력제어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장주기에너지저장장치(이하 장주기ESS)’이다. 장주기ESS는 보통 4시간 이상 에너지 저장과 방전이 가능해 많은 양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즉 대용량 장주기ESS는 재생에너지 잉여발전 전력을 저장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극복하여 출력제한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다양한 장주기ESS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 경제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제주에서 펼쳐지고 있고, 그 해법을 무한한 자원인 ‘바다’에서 찾고 있다.

현재 ‘지역의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프로젝트 제주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친환경 자원인 해수를 이용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장주기에너지저장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소규모에서부터 대규모로 확대(Scale-up)해 실증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단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를 주관기관으로 제주테크노파크, 제주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환경연구원, 나눔에너지, 제이투켐, 제이디테크, 비루트랩, 특허법인 다나 등 총 9개 기관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본 과제는 과기부(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와 제주도로부터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총 95억원(국비 47억5000만원, 도비 47억500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사업단은 출력제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해수 이용 장주기 에너지저장기술개발(블루배터리), 블루배터리 기반 섹터커플링 원천기술개발, 1차산업 연계 에너지 프로슈머 수익구조개발 및 사업성 검증, 지역 내 탄소중립 미래인재·에너지 강소기업 양성을 통한 지역혁신성장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제주사업단에서 실증 추진 중인 10kW급 블루베터리 파일럿 시스템.
제주사업단에서 실증 추진 중인 10kW급 블루베터리 파일럿 시스템.

이번 과제의 핵심기술인 ‘블루배터리(BlueBattery)’는 해수 내 염분을 양이온(N+)과 음이온(Cl-)으로 각각 분리해 에너지를 저장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충전 시 전기를 사용해 해수 내 염분을 이온분리해 해수를 각각 산·염기 용액으로 나누게 된다. 양전해질(Catholyte)은 pH 10-11 수준의 염기성 용액이 되고 음전해질(Anolyte)은 pH 3-4 수준의 산성용액이 되며, 방전 시 산-염기 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게 된다. 

블루배터리의 기술적 우수성은 첫째 경제성이다. 대용량 ESS 중 일부는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연물(物)을 매개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블루배터리는 무한한 자원인 해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기술에 비해 경제성이 우수하다. 

두 번째로 화재 등 안전 문제다. ESS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며 열폭주로 인한 화재 발생 문제 해결 등 안전성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ESS는 화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블루배터리는 에너지 저장매개로 해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안보 확보의 용이성이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의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ESS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돼 국가 에너지 안보 확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루배터리는 핵심 원자재를 모두 국내에서 수급할 수 있고, 저장매개로 풍부한 해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핵심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 주목할 기술이 섹터커플링이다. 섹터커플링이란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소개돼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으로 가변성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잉여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해 사용·저장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섹터커플링은 ESS와 마찬가지로 잉여전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흡수해 전력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섹터커플링 기술은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들의 자유로운 전환으로 에너지 섹터 간 경계를 허물어 인프라를 형성하고, 전기차와 수소 등 친환경 자원 보급·확산에 기여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높다. 

블루배터리 실증 후 연계햐 개발이 가능한 것이 바로 P2C(Power to Chemical) 기술이다. P2C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이용해 개미산(Form Acid)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개미산은 폼산 혹은 메탄산이라고 불리며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개미산은 농도가 10% 이상일 경우 해충의 접근을 완전 차단할 수 있고 기존 해충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친환경 해충제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잔류성이 없는 친환경 제재로 환경오염을 원천 방지할 수 있다. 

개미산 생산은 잉여전력으로 수소,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는 기술이기 때문에 출력제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형 비즈니스 모델 수립도 가능하다. 또한 상온·상압에서 안정적으로 수소를 보유(저장)할 수 있어 제주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

바닷물을 활용하는 블루배터리는 그 자체로 지역 현안 해결에 기여하고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제주가 분산에너지체제로 전환함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제주특별자치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제주테크노파크·제주일보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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