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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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꿈에 어머니가 나오시는데 하얀색 천으로 집을 지어 놓고 어서 오라 미소를 짓고 계시네요. 너무 생생해서 착각을 한다니까요. 진짜 이렇게 될까요? 돌이켜 보면 못된 짓도 하고 나쁘다고 원망도 들었지만 피하고 도망가기 급급했고 작은 이익을 위해 거짓이나 어렵다하면서 매몰차게 부탁에 등 돌린 것들이 끝내 발목을 붙잡고 있네요.

이제 정든 이들의 곁을 떠나야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다는 부질없는 회한입니다. 손주들의 재롱에 이쁘다 안아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눈물이고 가장이라는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미안한 부끄러움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고맙다, 감사하다에 인색했으며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초심을 헌신짝 버리듯 했으며 불신이라는 담을 쌓은 채 겉으로 차갑게, 속으로는 약하게 데면데면하며 허송세월 보냈던 그때가 깊은 상처이자 아픔입니다. 해서는 안 될 사랑을 순간 쾌락때문에 아름다움이라는 가면을 쓴 채 하늘은 알지 못할 것이라 유치한 비밀을 만들어 냈고 마치 자랑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해 왔던 일이 그저 한숨이지요. 사라진다는 것은 깜깜한 어둠이라 두렵기도 합니다.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찢기고 엉킨 가슴으로 지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바랍니다.

6개월 아니 석 달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삶을 인도해 줄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것에 깨우침을 갖고 가난이라는 멍에를 쓰며 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웃에게 힘내라 응원가를 불러주고 싶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은 마음에서 사라진 오래이고 티끌만 한 미련도 없습니다. 다만 착한 일을 하는데 주저하지 말라, 조건 없는 베풂이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며 꾸지람 속에서 칭찬이고 분명한 위안거리가 될 것입니다. 꽃 향기를 간직하는 아이의 순수함과 심장에는 피 이상의 뜨거운 열정을 받아들임에 대한 익숙함, 사소한 것에 기뻐하거나 좌절의 고개 숙이는 나약함에서 담담해져라, 또 어떤 시간을 쓸 것인가 고민하고 늦지 않은 처음을 가져보자라는 것이 공허한 외침입니다. 잊힌다는 자체가 서러움이고 내일도 변함없이 해가 뜬다와 어떻게 왔다 갔는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것을 숙제로 남기네요.”

건너편 세상에서 어떤 목적으로 잠시 방문했고 되돌아갈 곳에 정해진 순서였기에 영혼과의 마지막은 높은 차원에서의 눈맞춤이다.

장례는 거창했고 엄숙히 진행됐지만 그들은 내가 아닌 철저한 타인.

돌아서면 기억에서 사라지고 술 한잔 푸념이다. 과거의 문을 닫고 새로움을 향하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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