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로래와 ‘공존’…제주에 ‘플로깅’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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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해양생태계 지표종 돌고래 보호에 기부금 투입
폐그물·플라스틱 제거하고 지속 가능한 제주바다 만들어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변에서 지난 11일 참가자들이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변에서 지난 11일 참가자들이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② 제주 고향사랑기부금 1호 사업

제주 고향사랑기부금 제1호 사업으로 남방큰돌고래를 위한 바다 정화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해양생태계의 대표적인 지표종인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제주 바다를 만들기 위해 이번 사업에 1억원을 투입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바다에서 지난 4일 다이버들이 돌고래를 위협하는 폐그물과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바다에서 지난 4일 다이버들이 돌고래를 위협하는 폐그물과 플라스틱을 수거했다.

남방큰돌고래의 생활 터전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 4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바다에서 전문 다이버 50명이 바다 속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다이버들은 폐그물과 플라스틱 등 돌고래를 위협하는 잔재물을 제거했다.

지난 11일 조천읍 함덕해변에서는 도민과 관광객 등 1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해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바다 표류물을 줍는 비치코밍 행사가 열렸다.

이날 플로깅과 비치코밍, 자연 테라피 명상, 환경 룰렛 퀴즈 등 미션을 수행한 이들에게는 친환경 세재와 열쇠고리, 필통 등 다양한 경품이 지급됐다.

현장에서는 해녀 폐잠수복을 이용한 고래꼬리 만들기, 바다환경 책 전시, 청정 제주바다 그리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오는 25일 오후 1~4시 한림읍 협재해변에서 같은 내용의 행사가 진행된다. 플로깅에 참여한 학생들은 봉사활동 3시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2월 3일 오후 2~4시에는 제주시 건입동 김만덕기념관에서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강사로 나서 ‘남방큰돌고래 친구와 함께하는 해양환경 콘서트’가 열린다.

해변 플로깅과 해양환경 콘서트는 온라인 공식 채널(www.instagram.com/plogging_with.jeju.dolphin)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기부자들이 제주의 청정 바다환경에 관심과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고 바다 정화활동에 고향사랑기부금을 사용하게 됐다”며 “앞으로 청정 제주바다를 지키고 가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변에서 지난 11일 참가자들이 자연 테라피 체험을 통해 힐링을 하는 장면.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변에서 지난 11일 참가자들이 자연 테라피 체험을 통해 힐링을 하는 장면.

 

■ 멸종위기 남방큰돌고래에 ‘인격체’를

포유류에 속하는 남방큰돌고래는 길고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며 다 자란 성체의 몸길이는 평균 2.6m, 몸무게는 220~230㎏정도 나간다. 흔히 5~15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며 수명은 40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연안이 유일한 서식지다. 마라도를 포함한 제주도 전역에서 수심 100m 미만의 바다에서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주로 대정읍이 포함된 남서쪽과 구좌읍에서 성산읍에 이르는 북동쪽에서 자주 목격된다.

서귀포시 대정읍 앞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을 하는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서귀포시 대정읍 앞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유영을 하는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9년 남방큰돌고래를 적색목록상 ‘준위협종’(취약종의 전 단계)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제주 연안에 약 110~120마리가 서식,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는 과거 불행하게도 거래대상이었다.

2009년 서귀포시 성산읍 바다에 고정된 그물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2마리는 도내 한 공연업체에 1500만원에 거래됐고, 2010년 8월까지 해당 업체는 모두 11마리를 9000만원에 사들였다.

돌고래는 비좁은 수족관에 갇혀 하루 4시간 동안 돌고래쇼를 선보였다. 조련과 공연과정에서 6마리는 폐사했고, 서울대공원까지 팔려나갔다.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남방큰돌고래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금까지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는 8마리다.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2015년에는 복순이, 태산이가, 2017년에는 금등이, 대포가 자연의 품에 안겼다.

특히, 암컷인 춘삼이와 삼팔이, 복순이는 새끼까지 출산하고 기르는 것이 확인돼 야생 돌고래와 잘 적응하며 제주 바다에 무사히 정착했다.

돌고래쇼에서 벗어난 삼팔이는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 8월 말쯤 세 번째 새끼를 낳으면서 전 세계에 유례없는 사례로 꼽혔다.

그런데 야생 방사만이 답은 아니었다.

2017년 방류된 금등이와 대포 그리고 지난해 마지막으로 바다로 나간 비봉이는 방류 직후 종적을 감췄다. 제주 연안 1~2㎞를 서식지로 삼는 종 특성상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다면 폐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족관 감금기간이 5~10년으로 비교적 짧은 돌고래는 제주 바다에 적응했지만, 15~20년의 긴 세월동안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는 야생에 적응하지 못했고, 무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비봉이는 어린 나이(4~5살)에 포획됐고, 수족관 생활은 17년으로 길었다. 작년 10월 대정읍 앞 바다에 방류된 후 등지느러미에 부착된 위성추적장치에 단 한 차례도 수신되지 않았다. 결국, 인간의 손에 사육됐다가 자연에 돌아가지 못한 셈이다.

제주도는 멸종위기인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 강력히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생태법인은 생태적 가치가 큰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법인격을 갖추면 동식물도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해외의 경우 뉴질랜드가 환가누이강에, 스페인이 석호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제주도는 도민공론화와 공감대를 형성, 생태법인 제도화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내년 4월 시작되는 22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제1호로 지정하기 위해서다.

고래 한 마리는 일생동안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생태법인 제도로 고래를 보호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오영훈 지사는 “생태법인 도입은 법 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인류 공통과제를 해결하고 인간 중심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명으로 대전환하기 위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 적응을 위해 제주시 조천읍 함덕바다에 있는 원형 가두리에서 헤엄치고 있다. 제주일보 자료사진
2017년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 적응을 위해 제주시 조천읍 함덕바다에 있는 원형 가두리에서 헤엄치고 있다. 제주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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