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기본이 바로 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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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죄송합니다만 우측통행해 주세요.”

지난 유월 서울 어느 횡단보도를 건널 때의 일로 기억된다. 맞은편 인도에도 사람들이 보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수는 점점 많아졌으며 이내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봇물 터진 듯 밀려오기 시작했다. 분명 통행 방향을 표시하는 화살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종횡무진 건너오는 사람들 때문에 부딪힐 것만 같았다. 어쩌랴? 내가 요리조리 피하며 건너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우측으로 보행해 주십사 하는 내 말은 그렇게 공염불이 되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일제(日帝)때 시작된 좌측통행이 아직도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백여 년 유지 되어온 좌측 보행 문화가 쉽게 우측으로 정착될 리가 있겠는가? 우측 보행이 정착되려면 또 한 백 년이 지나야 할는지 모른다.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하여 우측통행의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통일되었지만 법이 개정된 지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다. 오랜 세월 굳어진 생활 습관이 어디 가랴. 초등학교 때부터 뒷짐 진 채 좌측통행을 뼛속까지 강요받아 온 기성세대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오랜 생활 습관과 규칙을 바꾸는 것은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불현듯 이태원 좁은 골목길에서 쓰러져 간 159명의 아까운 생명들이 떠 오른다. 물론 더 큰 요인(要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측통행이 생활화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행자 통행만이 아니라 자동차는 또 어떠한가?

교통은 흐름이다. 이 흐름이 막히지 않을 때 차량 숫자가 아무리 많다 해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된다. 교통법규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는 몰라도 대중교통 전용차로가 있는 도로에서는 택시도 그쪽으로만 운행해야 할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택시들은 종횡무진이다. 전용차로를 달리다 손님을 발견하곤 무리하게 3차선까지 끼어들려는 바람에 도로가 삽시간에 엉망이 되고 만다. 당연하다는 듯 끼어든다. 안타까운 일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차가 런던에서 무단 주차로 벌금을 문 일이 있었다. 주차요원은 힐러리 차량임을 알면서도 단속에 흔들림이 없었다니 이게 바로 기초 기본이요 공정이 아닐까?

본립도생(本立道生) 사물의 근본이 서면 도는 저절로 생겨난다는 뜻으로, 기초 기본이 바로 서야 앞으로 나아갈 길이 생김을 이르는 논어(論語)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절기상 대설이 가까워지면서 우리의 몸과 맘도 움츠러드는 계절이 왔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삼라만상들은 겨울 준비를 하고 있건만 유독 인간들만은 계절에 관계없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 기초 기본이 바로 선 사회가 되어야 한다. 기초 기본을 알고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보행도 차량흐름도 원활해질 것이다. 그뿐일까? 기초 기본이 잘 지켜지는 사회가 바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다. 기초 기본에 충실한 생활을 하는 것 그것이 곧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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