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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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내년 4월 10일)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언론에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험지다. 험할 험(險)에 땅 지(地)를 쓴다. ‘험난한 땅’이란 뜻이다. 선거에선 ‘당선이 어려운 지역’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그렇다. 험지는 대체로 지역 성향이 특정 정당에 지속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지역구를 가리킨다. 지역색이 강하지 않음에도 상대 후보의 인지도나 조직 등이 압도적인 곳도 해당된다. 승부를 예상하기 쉽지 않은 격전지도 험지에 포함된다.

▲정치권에서 험지 뒤에 출마를 붙여 ‘험지 출마’란 선거 용어로 곧잘 쓴다. 즉 험지 출마는 정치인들이 굳이 당선 확률이 낮은 지역구에 입후보하는 것을 말한다. 합리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

바둑으로 보면 험지 출마는 상대방 세력이 강한 곳 또는 상대 세력이 두터워 과감히 쳐들어간다고 해도 두집 내고 살기 버거운 곳에 들어가 싸움을 벌여야 하는 곳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험지 출마를 일종의 불쏘시개로 여기는 이유다.

▲험지 출마는 총선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된다. 중량감 있는 인사를 험지에 내세워 바람을 일으키면, 그 영향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야망 있는 정치인들은 험지 출마에 승부수를 던지기도 한다. 당선되거나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등 정치적 체급을 올릴 수 있어서다.

허나 낙선 시 정치인에게 사형선고가 될 수 있어 웬만해선 험지 출마를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어럽다. 때론 비주류와 중진의원들의 용퇴 카드로 쓰이면서 여야의 권력 측근을 전략공천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험지 출마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단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는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를 포기하고 부산으로 향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역주의 타파 등을 위해 평생을 받쳤던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만 세 차례 패배를 맛봤다. 한데 그러면서 생긴 ‘바보 노무현’ 이미지가 2002년 대선 승리의 바탕이 됐다.

총선 시즌이 도래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지도급 인사와 중진들을 겨냥한 ‘험지 출마’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해서 이를 둘러싼 공방 등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과연 어떤 그림이 나올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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