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시집 ‘해녀와 불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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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 前 애월문학회장·시인

얼마 전 ‘해녀와 불턱’이란 시집을 읽었다. 우도의 시인 강영수 시인의 두 번째 시선집으로 엮은 시집이다. 정성스레 봉투에 담은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어딘지 모르게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그것은 시집 제목에서부터 해녀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집이어서 그렇다.

시인은 수필가이기도 하지만, 상군해녀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해녀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시인은 해녀의 작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해녀를 주제로 한 시와 수필을 꾸준히 쓰고 있다. 해녀에 대한 글은 타의 추종을 불러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시선집은 그간 출간했던 <해녀는 울지 않는다>(2019), <해녀의 그 길>(2020), <해녀의 기도>(2022), <바당 없으면 못 살주>(2023) 등 네 권의 시집에서 82편의 시를 추려 묶었다.

전작들에서처럼 해녀의 삶과 애환을 그리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우도 토박이로서 변해가는 섬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물질 나간 해녀 아내를 마중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을 비롯해, 해녀들의 고단하면서도 당당한 삶을 그려낸 시들을 한데 모았다.

“그 길은/ 춥고 험한 길인 줄 알면서도/ 먹고사는 길이기에 가는 길//그 길은/ 저승길인 줄 알면서도/ 이승을 살기 위해 가는 길//그 길은/ 물숨으로 사는 길이기에/ 굶지 않을 길이기에 가는 길// 그 길은/ 사시장철 가는 길/ 망망대해 돈 따라 가는 길// 그 길은/ 덧없는 해녀 인생/ 더,/ 갈 곳 없어 가는 길” -‘해녀의 그 길’ 전문.

이 시에서 보듯 해녀가 가는 길은 갈 곳이 없어 가는 길이고, 저승길로 가는 길인 줄 알면서도 가는 길이다. 또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지만, 망망대해에 먹고 살기 위해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만큼 해녀의 물질은 고달프고 힘든 일이다.

사실 일반인은 해녀의 고달픔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시집 곳곳에는 이런 해녀의 안타까운 상황을 그린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필자는 종종 물질하던 해녀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해녀의 물질은 여성이 단독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일한 경우에 속한다. 어떠한 기계장치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숨을 참고 10m이상 되는 바다 속에서 1분 남짓 해산물을 채취한다. 그래서 조수의 흐름과 세기, 해저 지형, 바람 방향과 계절에 따른 해산물의 생태적 서식에 대한 지식이 총동원된다.

오로지 생계 수단으로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만큼 물질 기술과 그 속에 녹아드는 삶의 지혜는 세계무형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다.

최근 이러한 제주해녀 어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제주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이은 쾌거지만, 날이 갈수록 해녀의 고령화와 감소 추세에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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