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서, 탑써 그리고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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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지난 10월 31일,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버스를 호출하는 수요응답형 플랫폼 서비스인 ‘옵서버스'가 제주에서 정식 개통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오세요‘의 제주도 방언을 빌려 이름 붙인 ‘옵서버스’는 수요응답형 버스로서 대중교통 수요가 적은 교통취약지역에 고정된 버스 노선대로 운행되지 않고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이나 콜센터를 통해 호출하면 승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뉴스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미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탑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탑써’역시 ‘타세요’의 제주도 방언이다.

‘탑써’는 우도 지역의 어르신을 비롯한 이동 약자들이 뭍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는 데필요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 명칭이다. 이용 대상이 주로 어르신이 될 거라 정식 명칭은 ‘우도 효도차 - 탑써’라고 정했다.

‘탑써’는 지난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주최한 ‘보건의료 사회공헌 아이디어공모전6에 선정된 이후,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3년 동안 우도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이 사업모델은 2022년 강원도의 ‘영월효도차 - 영차’ 사업으로 전파되기도 했다.

‘탑써’ 역시 따지고 보면 수요응답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내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 미리 신청하면 이용자의 집 앞에서 병원까지 왕복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옵서버스’의 이름을 ‘탑써버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아마 최초 작명자로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심각한 고민과 갈등에 괴로워했을지도 모르겠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지난 11월 22일 ‘우리 지역(제주) 농어촌마을 생활 모습’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에서 이장이 임명된 행정 단위 마을 172곳 중에 종합병원과 보건소를 이용하기 위해 자동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마을이 각각 143곳(83.1%), 19곳(11%)이라고 한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의료서비스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경제․사회․교육․ 문화 등 우리 사회 곳곳이 양극화된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환경과 형편의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깊어지는 건 갈등의 골이다. 한쪽은 상대적 박탈감에 힘들어하고 다른 한쪽은 더 큰 욕망을 좇게 되니 말이다. 격차를 줄이고 깊어진 골을 메우는 방법은 덧칠하고 땜질하듯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창조’라고 한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의 연결, 사람과 자원의 연결로 창조되는 촘촘한 연결망이야말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개선하는 또 다른 혁신이 될 것이다.

어르신들께 효자 노릇 톡톡히 하고 있는 ‘우도 효도차 –탑써’가 이미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단 한 사람의 주민을 위해서라도 달려갈 ‘옵서버스’가 힘찬 시동을 걸고 있는 것처럼.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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