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시대, '왜?'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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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완,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다. 봉우리가 없어 두무악(頭無岳)이라고 폄칭되기도 했던 한라산은 어느새 흰 눈을 ‘머리’로 이고 있다. 제주 땅 어디에서건 ‘은하수를 잡아당길 만큼 우뚝 선’ 한라산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 아래 자리 잡은 국가거점 국립제주대학교 교정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한라산은 손을 내밀면 잡힐 듯 퍽 가깝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51권에 “진산(鎭山) 한라(漢拏)”의 별칭으로 처음 등장하는 “일명 두무악 또는 원산(圓山)”은 “그 꼭대기에는 큰 못이” 있는 화산지형(火山地形)에서 비롯된 말로 추정된다.

“또 연해에는 두무악이 매우 많은데, 제주의 한라산을 혹 두무악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세속에서 제주 사람을 두무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혹은 두독(頭禿)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다만 국가에서 수적(水賊)은 이 무리들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하기 때문에 지금 바야흐로 추쇄(推刷)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무리들은 배를 잘 다루니, 만약 그들을 활용한다면 왜적(倭賊)을 당할 수 있을 것이니, 진실로 유익할 것입니다.” 제주 사람에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262권 성종 23년 2월 8일 기유의 일곱 번째 기사는 슬픔을 넘어 아프다.

훈련원도정 변처녕(邊處寧)은 섬이 가진 고립성과 그에 따른 탈주를 머리가 없다는 ‘두무’와 머리가 벗어지는 ‘두독’이라는 말로 표현함으로써 국가책임을 회피한다. 그리고 ‘왜적 방위’라는 현실적 필요에서 해결방안을 찾는다.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잘못된 원인분석에서 출발해 출력금지령으로 귀결된 문제는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는 듯하다. 2020년부터 절대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소멸시대로 접어든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방안이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구조조정’의 ‘왜(Why)’로 ‘학령인구감소’라는 교육환경 변화가 가장 먼저 손꼽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학령인구감소는 인구소멸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그러므로 그 해결 방안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대증적 요법이 아니라, 출생률 급감 등과 같은 원인에 대한 통시적이면서 공시적인 접근과 교육재정 확보를 통한 대학 정상화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합계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출생률 감소가 급격하면서도 지속적인 만큼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행히 이번 12월 8일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는 제3차 인문사회분야 ‘메가프로젝트’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전국 170여개 인문사회연구소가 모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가 주관하는 이 자리에서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융복합 정책과제’와 ‘인구소멸시대 다문화 연구의 현황과 다문화 교육 전환의 필요성’이 논의된다. 그동안 정책인문학으로서 쿰다인문학을 통해 인구소멸과 난민 문제를 연구해온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이 발제를 맡은 만큼 인구소멸시대의 “새로운 해결 방식을 강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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