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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한테도 귀신이 붙을 수 있나요? 새벽마다 침대 밑에서 짖어대서 일어나보면 딸이 있는 방으로 앞장서고 그 쪽에서 자는 척하면 조용하다가 다시 건너오기를 계속 반복하네요. 낮에 산책을 안 시켜서 그런가 싶어 일부러 데리고 나가 봤는데 그거 하고는 상관이 없는 거 같고… 무엇에 홀린 듯 큰 소리를 내니 이웃의 민폐고 제 딴에는 뭐가 보이니까 저러겠지요. 그렇다고 우리 딸 아이가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잠을 자다가 귀찮게 하니까 건성으로 쓰다듬어줘서 본인은 별일 아닌 듯 지나치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여간 답답하고 속이 시끄럽네요. 이거 진짜인가요?

- 뭐라고 단정 짓기가 어려워요. 개들마다 특성이 있어서 무섭다며 도망가기도 하고 겁에 질리면 앉은 자리에서 대소변을 지리기도 하지요. 자녀 분은 학생인가요?

“대학에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있어요. 뭐라도 해 보겠다고 고깃집에 나가고 있는데 의외로 적성이 맞는지 벌써 여러 달 아니 일 년이 넘게 다니고 있네요. 자기도 그런 가게를 차리고 싶다네요.”

감 놔라 배 놔라 간섭은 곤란하고 어찌 보면 주고받는 거래이다. 하소연을 들어줄 테니 당신도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냐. 고맙다 인사로 끝난다면 퍽이나 다행이지만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다.

“참, 이제야 기억이 나는데 일을 돕고 있는 가게 사장님이 귀엽다고 인형을 여러 개 주셔서 가지고 온 적이 있는데 버리라 할까요? 괜히 찜찜했거든요.”

진정한 의미 선물이면 상관없지만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정중한 사양이 필요하다. 요즘 세상에 미신을 들먹이냐는 타박은 한숨 한 번으로 잊어내지만 싫다고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이롭다.

들여다봤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더니 하는 말씀이 아무리 둘러봐도 하소연할 데가 없던 차에 자신의 손녀 또래 같아 잠시 의지를 했단다. 갖은 고생을 해서 형제를 번듯이 키웠는데 어디에서 사는지조차 모르고 양로원에 버려진 채 겨우 연명을 하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단다. 억울하고 분해서구천을 떠돌고 있단다. 그리고 최근에 큰 아들 내외가 경매를 통해 집을 산 거 같은데 이게 망하는 수순이라고 남의 아픔을 웃음으로 바꾸는 못된 심보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틀림없는 저주이다.

느닷없는 봉변을 당해 마음 고생을 했을 이 집 식구들에게 다시 한번 미안하고 대신에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가서 이쁜 가정을 이루라는 넉넉한 덕담은 한결 편한 마무리다.

막걸리 한 병 조촐한 대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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