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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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양재봉.
양재봉.

밖은 아직 어두운데 잠에서 깼다. 늙음인가, 아침잠이 사라진 지 오래다. 조간신문을 넘기다 노후 생활비를 다룬 기사에 눈이 멈췄다. 부부의 노후 적정 생활비가 369만 원이다. 이해되지 않는다. 뭘 그리 많이 쓴단 말인가. 대출금 없고, 집 임대료 부담과 고가 의료비가 들어가는 지병이 없다면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젊은 사람들 지출이 노인만 못 할까, 그럼 최저 임금 정도의 수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허황하고 낭비벽이 심한 계산이라 웃어넘기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읍이다. 도시보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산품 구입은 대도시가 훨씬 저렴할 것인데…. 알뜰히 사는 주변 지인들 노부부 2인의 월 지출비를 살펴보았다.

전기, 수도, 통신, 건강보험료로 20만 원 정도 지출한다. 통신비는 알뜰폰이 많았고, 건강보험료가 10만 원 안팎으로 부담이 컸다. 식료품 구입비 20만 원, 농촌이라 마당에 푸성귀를 심거나 텃밭을 가지고 있다. 의복, 주택 관리비 10만 원,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교통비가 20만 원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65세 이상이 되면 택시는 한정적이지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버스는 무제한 무료다. 의료비, 상조금, 손주들 용돈으로 20만 원 지출하는데 감기나 물리치료 같은 가벼운 질병은 보건소는 무료, 의원은 몇백 원이면 된다. 책은 도서관이나 스마트도서관 무료 대여가 잘 돼 있고, 취미생활도 주민자치센터나 도서관에서 무료 수강이 널렸다. 물론 아는 만큼 절약이 된다.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각자 모임 회비나 용돈으로 10만 원 정도 쓴다고 하지만 남는단다. 세금, 난방비 등 예비비로 10만 원을 더해도 130만 원이면 노부부가 충분하다고 한다.

이웃과 소통하고 맛난 것을 만들어 나누는 여유도 부린다. 내 경우를 생각해 봐도 지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 서예, 문학 동호회 회비로 지출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면 오히려 그보다 지출이 적다. 농촌이라서 절약되는 부분도 있다지만 농기구나 모종 구입 같은 소소한 비용을 감안하면 텃밭 농사가 경제에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지인들의 평균 수입금은 국민연금 남편 70만 원, 아내 30만 원 정도다. 노령연금은 둘이 합해 30만 원을 받는다. 집과 밭이 있어 재산 액수 감액됐다고 한다. 농민수당, 직불금 같은 것을 더하니 많지는 않지만, 통장엔 여윳돈이 들어있다. 자식들이 내민 용돈은 고스란히 모았다가 손주들에게 쥐어진다.

아파트에 살거나 도시 생활일 때 관리비나 푸성귀값이 조금 더 들겠지만, 부부가 369만 원을 지출한다는 것은 어떤 근거인지 모르겠다. 근검절약하는 사람보고 낭비벽이 있는 사람은 비문명인이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리 살아야 한다.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지출되는 비용 과다로 나라가 거덜난 곳도 많다. 노인이 절약하며 검소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홀대받지 않는다. 노인이 지난날 나라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는 걸 특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 후대에 손가락질받지 말고 분수껏 살자.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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