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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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짜증이 나네요. 대수롭지도 않은 일인데 계속 곱씹게 되고 가슴도 답답하며 쫓기듯 불안해요. 남편이 노인회 일을 맡아 수시로 누구와 만나고 통화하는데 저것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지 않나 괜한 의심을 해요. 부부싸움을 해도 지는 게 이기는 거라며 가정의 평화를 위해 덮고 넘어가는 성격인데 이건 질투도 아니고 그냥 듣기도, 보기도 싫네요. 어제도 단합 대회에 필요한 식재료를 산다며 시장에 간다는데 여자들이랑 어울려 다닌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거예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니까요. 분위기가 이상해서인지 아저씨도 제 눈치를 살피고는 ‘미안하다’, ‘잘못했다’ 하는데도 갑자기 잊고 있던 과거가 꺼내지고 입에도 대 본 적 없는 술 생각에 한 잔씩 마시니 그제야 겨우 진정 됐어요. 갱년기는 지난지도 한참인데 어쩌다 살가운 애정 표현이 그립기도 하지만 막상 보면 이쁜 구석은 어디 가고 미운 감정이 먼저 오니 등 돌리기 바쁘고요. 며칠 있으면 시부모 제사인데 만사가 귀찮다 보니 어디라도 도망이라도 가고 싶어요. 일시적인 건가요? 아니면 정말 제가 생각하는 게 맞을까요?”

이 분은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셨다. 혼자라는 외로움에 지치고 삶의 희망이 꺼져 갈 즈음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고 기적을 불러냈다. 생면부지 인연의 마지막은 신체의 일부를 나누는 거였고 운명처럼 특별한 혜택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경우 아직도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 남아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무의식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고 떠나지 못한 미련의 잔재라면 진심있는 대화도 필요하다.

영혼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고 두 번의 결혼 생활은 본인의 지나친 아집과 독선으로 상대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마음의 병을 키웠단다.

사랑은 부족하고 불만은 많아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 것이 지나고 없는 것에 쓸쓸한 아쉬움이다. 반가운 부름에 고맙다 인사는 별개이고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싶단다. 아들이 있는데 살펴달란 것이었다. 사무용품을 수리해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변변한 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고 제대로 대접을 못 받으니 속상하단다.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있지만 뻔한 수입에 이제나 저제나 고백을 망설이고 있고 상대 부모도 탐탁치 않게 여겨 아이도 자존감을 잃어가는거 같아 더더욱 안타까움이고…. 그래서 작은 규모이지만 물장사를 하면 적성에도 맞아 크게 성공할거라는 암시를 주었다. 이름 석자 안다고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지성이면 감천. 열심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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