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팔도명물]세대와 세대 잇는 '그때 그시절' K-디저트…전북 부안 '전통 디저트'
[신 팔도명물]세대와 세대 잇는 '그때 그시절' K-디저트…전북 부안 '전통 디저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전통 디저트에 최신 트렌드 반영…MZ부터 노년까지 사로잡아
'지역' 중심 농산물 활용해 '바른 먹거리'로 농업 가치 이어가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지역’은 신선한 문화가 됐다. 특히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져 지역 고유의 특색을 보여 주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MZ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기존 소비층인 노년층부터 주 소비층인 MZ세대까지 모든 세대를 겨냥할 수 있는 지역 기반 ‘로코노미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로컬과 이코노미의 합성어인 ‘로코노미’는 지역 고유의 희소성과 특색을 담은 이색적이고 특별한 상품·콘텐츠를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국내·지역·동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랑받고 있다.

전북 부안군 청년들이 만드는 그때 그 시절 디저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전북 부안 청년들은 ‘부안군 지역’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로 ‘부안군 지역’만의 새로운 특산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옛날에 즐겨 먹었던 개성주악, 찐빵이 최신 트렌드를 만나 ‘힙’한 디저트가 되면서 대박 났다.

▲청년들이 재해석한 “그땐 그랬지”

전북 부안 청년이 바라본 전통 디저트는 어떤 모습일까. 개성주악은 옛날 고려시대부터 즐겨 먹던 개성 지방의 향토 음식이다. 손님을 대접하거나 잔치·연희에서 등장하던 귀한 음식은 오늘날 ‘힙’한 디저트가 됐다.

부안에서 만드는 개성주악은 조금더 특별하다. 개성주악 맛집으로 유명한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에서는 갓 도정한 부안 간척지 찹쌀을 직접 빻아 막걸리를 넣어 반죽해 하나하나 빚어서 만들고 있다. 개성주악 위에는 샤인머스켓부터 금귤·도라지·호두정과, 금가루까지 다양한 토핑이 올려져 있다. 평일 기준 하루 판매량은 무려 1000개, 주말은 1000개가 기본이다.

개성주악뿐만 아니라 쌀, 보리, 귀리, 검은콩, 현미, 깨가 들어가는 미숫가루부터 개성주악과 마찬가지로 간척지 찹쌀로 빚어 만든 전라도약과·식혜·강정 등 전통 디저트 위주로 만들고 있다. 전통 디저트에 진심인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는 올해 문 열었지만 M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노년층에게는 추억을 주면서 부안의 명소가 됐다.

부안의 명소하면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곳이 있다. 바로 ‘슬지제빵소’. 이곳의 주 메뉴는 찐빵이다. 매서운 바람이 불 때면 따뜻한 찐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옛날에 어머니가 투박한 손으로 빚어낸 찐빵은 겨울 필수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슬지제빵소'의 찐빵은 차갑게 먹어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찐빵이라 더 특별하다.

이곳의 찐빵은 건강하다.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적용업소) 인증 받은 공간에서 생산된 무방부제 제품이다. 우리가 아는 팥앙금이 가득 들어 있는 팥찐빵부터 곰소소금·파베이컨크림치즈·생크림·크림치즈찐빵, 찐쑥빵 등 현대인의 입맛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찐빵까지 종류도 많다.

남매가 바른 먹거리를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바른 재료로 바른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4남매는 아버지가 만들어왔던 찐빵을 새롭게 재해석해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 디저트 성공의 핵심? 로컬!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 ‘슬지제빵소’ 모두 지역 농산물에 주목했다. 모든 재료를 지역에서 공수한다는 원칙으로 전통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청년들이다.

국산 농산물은 수입과 비교해 재료비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맛과 질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청년들의 말이다.

디저트를 만들 때 필요한 농산물은 직접 수매하는 유통구조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농가의 어려움을 보면서 지역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 곳의 철학 모두 ‘지역’이 중심이다.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의 철학은 아끼지 않고 좋은 재료, 깨끗하고 건강하게 우리 농산물 고유의 맛, 그 가치를 담아내는 데 있다. 부안 농산물을 아낌없이 넣고 맛 좋은 전통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슬지제빵소’의 철학 역시 조금은 투박하고 평범할 수 있지만 농업·농촌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주민·농가와 함께 상생하는 일을 추구한다. 100여 곳의 지역 농가들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아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 모두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부안 청년 대표들이다.

전북일보=박현우 기자

 

◇미니 인터뷰

▲서봄해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 대표

“전통 디저트를 떠올리면 거창하고 손 많이 가는 것을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봄해언니네 한식디저트카페 서봄해 대표(27)의 마음속에는 항상 ‘전통 디저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정갈하게 빚어 만드는 것뿐이지 결코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게 서 대표의 말이다.

많지 않은 인력이지만 일일이 손으로 빚어 만드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다. 일분일초를 쪼개 쓸 정도로 바쁜 서 대표지만 공장이 아닌 수작업을 통해 손님에게 전통 디저트를 내어 주고 있다.

서 대표는 “많이 투박하고 못생겼다. 그 자체로도 정겹다고 생각하고 맛있게 드셔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 역시 할머니·어머니가 만들어 준 전통 디저트를 동네 할머니들과 같이 나눠 먹으면서 컸다. 청년이지만 케이크·마들렌이 아닌 전통 디저트를 고집하는 것도 익숙해서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좋은 추억,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은 서 대표다.

그는 “어릴적 동네 할머니들과 삼삼오오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좋아서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면서 “아끼지 않고 좋은 재료로 깨끗하면서도 건강하게 우리 농산물의 고유한 가치를 담아내는 음식·디저트를 내어 주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전북일보=박현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