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잡은 손가락 사이의 싸늘함...허공을 날아가는 돌멩이서 시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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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人 아카데미’ 열 번째 강좌...고영훈 화백 초청강연

우리나라 극사실 회화의 선구자...돌.달항아리에 시.공간 담아내
고영훈 화백.
고영훈 화백.

제주가 낳은 우리나라 극사실 회화의 선구자 고영훈 화백(71)이 지난 15일 고향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작가로 활동하며 겪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 예술 철학 등을 풀어냈다.

제주일보 주최로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人 아카데미’ 열 번째 강좌에서다.

고 화백은 홍익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앵데팡당(Independant·독립미술)’전에 ‘This is a stone(이것은 돌입니다)’를 출품하며 주목받게 된다.

손을 뻗으면 만져질 것 같은 거대한 돌덩이가 캔버스 한가운데 그려진 그의 작품은 당시 추상미술을 주류로 하던 우리나라 미술계에 일어난 일대 사건이었다. 한국적 극사실회화 태통의 순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화백은 “홍대에 들어가니 추상 그림 일색이었다. 교수로 있던 김환기 선생, 박서보 선생을 비롯해 선배와 동기들 모두 추상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당시 새로운 미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추상 그림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고 화백은 이어 “선배들로부터 그림은 감정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작품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 내가 잘 그리는 구상 그림에 추상이 갖는 의미와 사고, 생각을 넣자는 쪽으로 타협점을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 화백은 1970년대 ‘This is a stone’ 시리즈를 시작으로 1980년대 책갈피 위에 트롱프 뢰유(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 기법을 쓴 ‘Stone-Book’ 시리즈, 2000년대 이후 ‘자연법’과 ‘달항아리’ 시리즈에 이르기 까지 자신의 캔버스에 시간과 공간을 담아냈다.

그는 “내 앞에 놓여진 돌과 돌을 잡은 손가락 사이의 싸늘한 공간을 느끼며 허고을 가르며 날아가는 돌멩이에서 시간을 느낀다”고 했다.

고 화백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스 루네빌미술관, 미국 디트로이트미술관, 일본 요코하마 니브니시 공원, 프랑스 안시문화원 등에 소장됐다. 최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 작품 3점이 내걸렸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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