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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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분신이 하는 모든 행동은 안타까움을 넘는 슬픔이다. 함부로 뱉은 말은 칼로 베어지는 고통이고 거짓과 위선은 채찍질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실패라는 꼬리표를 달고 비슷한 처지끼리 잔인한 싸움을 해야 한다. 그림으로 봤던 지옥은 틀리지 않는 표현이고 천박하다는 싸구려 취급도 당해야 한다. 한순간의 쾌락은 죄와 벌이라는 올가미를 써야 하고, 희망이 꺼져 있는 어둠을 헤매는 낯선 이방인이 된 거울 속에 나와 마주해야 한다. 늦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어쩌냐 위로는 사치이다.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야 한다. 착한 일을 했다는 변명은 헛된 기대이고 잘잘못 따지자는 절차는 만들어낸 이야기이 그림자 흔적도 없다 죽어서 육체를 떠나면 정신만 남아 있는데 가당치 않은 말이다. 따지자 하면 어리석은 질문이다. 보이지 않는 몸은 엄연히 숨 쉬고 있다. 지금의 안락함과 바꾸자 하면 손해 보는 장사니 다른 방향 출발선에 서보자.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해도 아니라는 의심이 드네요.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분인데 도움을 준다고 하면서 번번이 약속을 어기고 그때마다 감언이설로 뜯어간 액수도 상당하고요. ‘틀림없다’, ‘마지막이다 ’라는 말은 입에 붙은 버릇이고 돌림 노래 부르듯 하니 설마하면서도 속아야 하는 처지가 한심스럽네요.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대응을 하는데 속내를 모르니 끌려가는 형국 큰일나겠다 싶네요.”

딱한 사정에 충분히 공감은 가지만 생면부지.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은 거절이 원칙이지만 인연법이라 두고 볼 수 없기에 꾸미지 않은 그대로를 전해 줬다.

돈을 가져간 이는 칠십이 훨씬 넘었지만 영락없는 철부지다. 사기에 동종 전과도 여러 차례이고 친구조차도 없다. 필요하면 만나고 싫다하면 등 돌리고 술 한잔이 유일한 낙이다. 갚아야 할 의무는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얼굴에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꽃이 필 거라는 유혹에 길들여진 솜씨다.

믿음을 나눈 결과는 땅을 쳐야 하지만 차선인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애 끓이던 도중에 연락이 왔는데 시골 선산 땅이 있는데 죄송하지만 이거라도 받아 주면 즉시 등기를 이전하겠단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반가움보다는 놀라움이었지만,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그가 병원에 갔다가 말기 암 진단을 받아 절망하던 차에 부인이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용서하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가출을 했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들은 공금을 유용해 감옥에 들어가 있단다. 인과응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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