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호텔 부지에 주차 빌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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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시인

칼호텔의 불이 꺼진 지 오래다. 구제주의 랜드 마크인 칼호텔이 문을 닫아 공동화를 앞당길 것 같다. 그래서 칼호텔 부지를 매입해 공영주차장을 건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제주를 살리기 위해 문화의 거리를 만드는 등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베드타운이 이동하면서 구도심은 외면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구제주는 제주의 중심이며, 가장 인구가 많은 공간이고, 동문시장, 칠성로를 비롯해서 전통적인 상권이 형성돼 있다.

차고지 증명제는 구제주뿐만 아니라 제주 전역에서 주차장 부지를 갖지 못한 도민들에게 재앙이다. 차고지를 가질 만큼 넉넉히 대지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경제력 때문에 비싼 땅값을 감당할 수 없어 대지만 확보해 단독주택을 지은 사람들에게 차고지 증명제는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다. 자가용이 보급되기 전에 지은 건물은 대부분 주차장 부지가 없다. 등록은 시골집으로 하고 차는 제주시내에 주차하는 편법을 쓰기도 하겠지만 옆집 사이에 울타리밖에 없는 집 어디에 주차장을 마련할 것인가.

차고지가 없는 주택은 재산상으로도 불이익을 받는다. 주택은 부동산으로 매매가 될 때 그 가치가 증명된다. 그런데 차고지가 없기 때문에 매매가 되지 않는다면 부동산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헌집을 철거하고 1층을 주차장으로 만들기 전에는 무(無) 주차장 도민들은 자동차를 가질 수도, 집을 팔 수도 없다.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공영주차장 확보밖에 없는데, 주차장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개인 주차장을 강요하니 어불성설이다. 설령 공영주차장이 있더라도 너무 거리가 멀고 이용료가 부담스러워 도민들에게 부담을 준다. 골목주차가 문제가 되어 자동차를 사지 못하게 하는 반강제적인 제도 때문에 주차의 불편함과 재산상의 손해를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현재 운행하는 자동차가 고물이 되어 폐차장으로 가고 난 2~30년 후, 제주의 골목길은 시원하게 뚫릴지 모르지만 그 사이 살기 힘든 구제주는 공동화 현상으로 슬럼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구제주를 살리겠다고 외치지만 공영주차장을 짓지 않고는 공염불이다. 공영주차장을 지으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여 행정기관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공용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나 개인이 주차장을 갖지 못하는 것이나 사정은 같다.

차고지 증명제 문제는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도의원들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차를 살 수도, 집을 팔 수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차고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차고지 없는 주민들을 벼랑으로 밀고 가는 것이다. 15분 도시만 강조할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공영주차장을 지어야 한다. 칼호텔을 매각하겠다고 하니 안성맞춤이다. 칼호텔을 허물어 주차 빌딩을 짓는다면 중앙로라는 입지로 볼 때, 가장 편리한 주차장이 될 것이다. 차고지증명제를 강행하기 전에 공용주차장을 확보할 것을 강력히 원한다. 공영주차장을 만들어놓고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해야 할 일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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