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치유
순환치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계묘년 한 해가 저문다. 벌써 세밑이다. 지난 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주마등 같다. 그렇게 시간도 흐르고 계절도 흘렀다. 더울 때도 있었고 추울 때도 있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었다. 신선한 바람이 불 때도 있었다. 그 순환의 계절에 나도 있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은 희망의 달이었다. 그래서 설렜다. 거친 바람과 하얀 눈이 내렸다. 한두 번 영하의 강추위도 있었다. 흐리고 을씨년스러웠다. 그래서인지 대지의 생명은 조용했다. 풀잎은 시들고 고개 숙였다. 


정적을 깨는 2월이 울렸다. 차가운 북서풍의 기세에도 기온은 조금씩 올랐다. 미세먼지도 양념처럼 찾아왔다. 땅속에서는 잠을 깨는 생명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생명이 움트는 3월을 맞았다. 기온이 빠르게 올랐다.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만물이 고개를 내밀었다. 들꽃들이 여기저기서 조잘댔다. 벚나무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휘파람새도 노래했다. 기지개 켜는 생명의 소리가 요란했다. 


부산한 소리에 4월이 밝았다. 날씨가 요동쳤다. 포근하다가도 더웠다. 안개도 찾아왔다. 미세먼지도 들락날락했다. 일교차도 심했다. 들녘에는 노란 송홧가루가 바람 따라 흩날렸다. 어느새 벚꽃이 지고 연초록이 돋아났다. 


신록이 5월을 불렀다. 오르는 기온에 체감온도도 올랐다. 고온은 비를 초대했고 비는 기온을 떨어뜨렸다. 미세먼지와 해무도 찾아왔다. 밤사이 만들어진 해무가 중산간을 덮었다. 회색 세상이었다. 


더위와 함께 6월이 초록 세상을 열었다. 습하고 무더웠다. 비가 내릴 땐 무더위도 몸을 낮췄다. 강렬한 태양이 구름을 하얗게 태웠다. 하얀 구름이 백록담에 듬뿍 내려앉았다.


불볕더위는 7월을 태웠다. 찜통더위·열대야가 잦았다. 높은 습도까지 몰아쳤다. 땅에서도 열기가 솟구쳤다. 식물은 덩실덩실 강렬한 초록을 발산했다. 나는 땀방울이 주룩주룩 흘렀다. 나무 그늘을 찾았다. 


한풀 꺾인 더위에 8월이 한숨 돌렸다. 더위 끝자락에 매미 소리가 우렁찼다. 숲의 공기를 찢어놓았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도 참견했다. 먼바다에서는 태풍 소식도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돌아왔다.


선선한 바람이 9월을 초청했다. 하늘은 높고 쾌청했다. 사이사이 태풍과 비바람이 불었다. 초록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숲길에도 낙엽이 내려앉았다. 밤공기가 쌀쌀했다. 


차가운 공기가 10월 속으로 숨어들었다. 기온이 급격하게 주저앉았다. 밤낮의 일교차가 요동쳤다. 추위를 알리는 북서풍도 입질했다. 나무들이 벌거벗었다. 감귤도 익어갔다.


첫눈이 11월을 안내했다. 기온이 추락했다. 그러면서도 때아닌 무더위가 찾아오곤 했다. 비가 달려와 기온을 끌어내렸다. 대기도 건조했다.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연갈색 나뭇잎은 누런 흑갈색으로 변했다. 숲길에는 낙엽이 수북했다. 


한 해의 끝자락 12월을 알렸다. 강추위는 한라산 적설량을 끌어올렸다. 눈꽃 세상을 장식했다. 불청객 미세먼지와 황사도 있었다. 벚나무 가지 겨드랑이에는 겨울눈이 한파를 이겨내고 있었다. 


이는 계절 순환이었다. 나도 이들과 함께 순환했다. 돌고 돌아온 거리가 2591㎞에 340만2256보다. 하루 평균 7.1㎞에 9321보다. 내년에도 그렇게 순환의 계절과 함께 놀고 싶다. 순환하면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