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년의 추억 전보(電報),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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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조모위독급래고대(할머니께서 위독하십니다. 급히 내려오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사전대금천원송금요망 (용돈이 떨어졌습니다, 천원만 보내주세요)’


요즘 젊은층에게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단어들이다. 바로 오래전 전보(電報)의 내용이다.


전보는 전선(電線)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신 수단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송년인사, 설 명절 인사, 승진 축하 인사 등에 전보가 많이 이용됐었다.


KT가 지난 15일로 전보 서비스를 종료키로 했다가 올해 연말연시 전보 이용 소비자들을 고려해 내년 2월까지 연장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138년의 추억이 담긴 전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보는 1885년 9월 28일 한성(지금의 서울)과 인천 간 최초의 전신시설이 개통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 


가정에 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전까지는 편지 외에 가장 빠른 연락수단이었다. 


보낼 전보의 내용을 전화국 등을 찾아 접수하면, 수신(受信) 지역의 전화국·체신부가 전보의 내용을 입력한 뒤 집배원이 배송하는 방식으로 편지보다 더 빨라 긴급 연락수단으로 이용됐었다.


1965년 기준 전보는 기본 10자(字)에 50원.  당시 라면 1봉지 값이 10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글자라도 추가되면 요금이 추가된다.


‘승진하심을 축하드립니다’를 ‘축승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빨리 집으로 오거라’를 ‘부친사망급래’ 등 특유의 전보 언어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필자(筆者)도 대학교 4학년말, 서울의 한 기업체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도중 ‘모친위독급래요망’이라는 전보를 받았던 추억이 있다.


KT의 전보 서비스 종료 소식에 많은 네티즌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전보를 보내기도 했었고 받던 기억이 남는다, 아쉬운 마음에 나에게 전보를 보낸다.”


“회사 입사 통보도 전보로 받았고, 군대에서 어머님이 수술하셨다는 전보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네요.” 


인터넷, 이(e)메일, 스마트폰 등 전보를 대체할 매체가 대중화되면서 더 이상 전보가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이용량이 급격히 줄어 결국 내년 3월부터 서비스가 종료된다.


전보 서비스의 종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의 네트워크 기업인 웨스턴유니온은 이미 2006년부터 전보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독일 우체국도 올해 1월 1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했다.


전보와 함께 한때 중요한 통신수단이었던 공중전화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간간히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가 보이기는 하지만, 공중전화를 이용하기보다는 비 날씨에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비를 피하며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장면만 보일 뿐.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추억 속에 묻히는 것이 아쉽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2023년은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2024년 새해가 밝아온다.


한 살 더 먹는 내 자신에게 새해 다짐을 담은 전보를 보내는 것도 뜻깊은 새해맞이일 듯싶다.


“한 해 잘 마무리하고, 2024년은 더욱 건강하고 알차게 맞이하자.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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