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경기 부진 점차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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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동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에게 듣는 2024 제주경제]
고물가 논란 대응 위해 객관적인 물가정보 제공 등 필요
청년 인구 유출은 성장률 둔화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 원인
금융기관은 가계부칠 부실 가능성 대비해 모니터링 강화해야

제주 경제가 최근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동안 제주경제 성장을 뒷받침 했던 인구 순유입, 건설 투자 등 외부 생산요소의 증가세가 축소되고, 코로나19로 촉발된 기업 채산성 저하, 소비심리 위축은 여전한 상황이다. 올해 지역 경기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정일동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을 만나 제주경제 전망을 들었다.

정 본부장은 1995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통화정책국과 금융시장국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정일동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새해를 맞아 본지와의 대담에서 올해 제주 경제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일동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새해를 맞아 본지와의 대담에서 올해 제주 경제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최근 제주 핵심 산업인 관광·건설업이 동반 부진하다. 최근 제주 지역경제 동향은.

최근 제주지역 경제는 지난해 4월 이후 내국인을 중심으로 관광객 수가 줄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하고, 소비와 고용도 위축되는 등 성장세가 타 지역보다 부진한 상황이다.

관광경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해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회복률이 50%(202311월 기준)에 그쳤고, 내국인은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국내선 운항 축소 등으로 8.9% 감소(202311월 기준)했다.

한편 건설경기는 2021~2022년 중 착공했던 공사를 중심으로 개선세를 보였지만 주택가격 하락, 미분양주택 증가 등 주택경기 부진으로 신축 공사는 큰 폭 감소했다.

향후 제주 경제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펜트업 수요(코로나19로 지연된 소비 재개)가 점차 둔화되고, 국제선 증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최근의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투자 둔화, 가계 및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 등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제주 물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내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은 .

제주지역 관광물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는 사실과 오해가 섞여있어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제주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음식·숙박 등의 품질·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조사되는데, 이러한 정성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 물가 수준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 제주지역은 국내 타 관광지 대비 긴 체류 기간, 항공료와 렌트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해 총 여행경비가 많이 소요되므로 제주지역의 물가가 비싸다고 인식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제주 관광물가에 대한 불만은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여행이 불가한 상황에서 제주로 관광수요가 집중됨에 따라 숙박비를 비롯해 항공료, 렌트비 등 부가적인 교통비용까지 상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해외여행이 본격화되고, 제주 관광객이 줄면서 제주지역 물가상승률도 둔화됐지만 항공권 가격은 제주 노선 운항편수가 줄면서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최근 제주지역 관광물가 상승이 펜데믹이라는 특수상황, 항공사의 노선 정책 변화 등 외부요인에도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고물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지역 특성을 반영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물가정보 제공, 제주관광만의 차별성 홍보 등을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수기 바가지요금 자제 등 내부적인 자정 노력과 관광객이 충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고품질 서비스 제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최근 주택 및 토지가격 하락과 부동산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 주택도 역대 최대치를 보이고 있는데, 우려되는 부분은.

최근 제주지역 부동산시장은 주택가격이 20228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거래량도 지난해 1~11월 기준 전년 대비 25.9% 하락하여 전국에서 가장 크게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주택 미분양 물량도 2021년 말 836호에서 202310월 말 2523호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 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001호로 타 지역보다 그 비중이 높았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부진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선 지역 건설산업 위축을 들 수 있다.

미분양 누증으로 인해 건축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지난해 10월 기준 주택 신규 착공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금년 제주지역 건설투자가 시차를 두고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지역건설사의 매출 감소와 폐업 증가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둘째, 주택가격 하락 시 가계 소비심리가 악화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제주의 경우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자산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제주지역에서도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들의 주택 구매가 증가했는데, 주택가격 하락 시 이들 연령층의 소비여력 악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제주지역은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 비중이 큰데,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커 부동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부실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제주지역 청년인구 순유출이 지속되는 한편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 주요 요인과 시사점을 제시하자면.

제주지역 청년인구(20~39)2018년 이후 유입세가 빠르게 둔화되며 2022년 순유출로 전환됐고, 2023년에는 순유출 규모가 더욱 확대됐다.

또한 타 지역과 달리 전입 감소와 전출 증가 두 측면이 모두 나타남에 따라 그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합계출산율은 20220.92명으로 전국(0.78)대비 높은 수준이나, 최근 5년간 하락폭(-0.39)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 인구 유출에는 지역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그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부족 및 열악한 근로환경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더해 제주지역의 높은 생활물가와 주거비용, 문화 시설을 비롯한 각종 생활 인프라 부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청년인구 유출이 지속되면 지역 내 고용과 소비, 생산성을 약화시키고 미래 성장잠재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우선 도내 신산업 육성과 기업 이전 유치 등을 통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확보에 힘쓰는 한편 주거비 등 정주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아울러 전반적인 생활 만족도 향상을 위해 문화·의료·교육 인프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제주 가계부채 연체율이 전국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와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되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제주지역 가계부채는 2021년까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2년 이후 감소로 돌아서 2023년 하반기에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규모 자체는 GRDP 대비 100%를 상회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차주 1인당 가계부채 규모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높다.

특히 제주지역은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LTI)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데다 고령층,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취약차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잠재 취약차주 비중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제주지역은 지역 내 소득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둔화 등으로 가계부채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전국보다 위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향후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고, 가계소비 위축으로 제주지역 경기 회복에도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기관 등 유관기관들은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상황 등에 대한 상시 점검, 부동산 경기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 등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취약계층의 소득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소득기반 확충을 위한 정책 노력도 필요하다.

 

-제주경제를 위한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역할과 각오는.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앞으로 제주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

첫째, 제주지역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 지난해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대출, 가계부채, 관광, 청년인구 순유출 문제, 고용구조 변화 등과 같은 지역경제 현안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해 시의성 있으면서도 지자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해냈다. 2024년에도 이러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

둘째, 도내 중소기업 자금지원 제도를 내실화하겠다. 금융기관 등 지원 주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지원 대상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의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쓰겠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해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지역내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경제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

 

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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