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 한꺼번에 이뤄져 수확 시기 겹치고 상품성 떨어져
제주산 월동무 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농가들이 애써 키운 작물을 갈아엎는다.
사단법인 제주월동무연합회(회장 강동만)가 최근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2023년산 월동무 자율 폐기 신청을 받은 결과 143농가가 181.5㏊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농가 수와 면적은 성산읍이 83농가 111㏊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구좌읍 43농가 55.1㏊, 표선면 11농가 9.7㏊, 대정읍 4농가 4.3㏊, 함덕리 1농가 0.2㏊, 고산리 1농가 1.2㏊ 순이다.
이번에 자율 폐기하는 물량은 약 48억원 어치로 추산된다.
2023년산 제주 월동무 20㎏들이 상품 1상자의 지난해 12월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평균 경락가는 1만367원으로 손익 분기점을 하회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13.1%, 평년 대비 10.3% 하락한 것이다.
더욱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평균 경락가는 9276원으로 10.5%나 더 떨어졌다.
파종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수확 시기가 겹친 데다 지난해 태풍 영향도 없어 작물이 빨리 비대해지며 상품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 침체까지 영향을 미쳤다.
2023년산 월동무의 농가 손익분기점은 1만1550원으로, 하락세가 계속되면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의 드론 관측 조사 결과 2023년산 월동무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5435㏊, 36만1884t에 이른다.
전체 예상 생산량 가운데 현재까지 약 7만t이 출하됐고, 약 28만5t이 남은 것으로 추산됐다.
제주에서는 월동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별다른 작물이 없어 최근 5년간 과잉 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월동무연합회 관계자는 “과잉 생산 고착화에 더해 재배 기술의 발달로 태풍이나 한파 등 기상재해에 따른 피해도 줄어 자연적인 수급 조절마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월동무연합회는 15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에서 월동무 자율감축 경운작업 시연회를 연다. 이후 19일까지 자율 감축을 신청한 회원들의 무 경작지를 방문해 자율 폐기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