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기회(機會·Opportunity)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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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예전에는 동네에 전깃줄이 참 많았다. 그 전깃줄 밑에서 자치기도 했고, 배드민턴도 쳤고, 축구도 했다. 가끔 그 무심한 전깃줄이 아이들의 놀이를 시샘했는지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드민턴 공이 전깃줄에 얹히면 전깃줄이 공을 돌려주는 일이 없었다. 가끔 센바람이 가로채서 돌려주는 일은 있어도.


‘아뿔싸’라는 감탄사가 있다.


이 아뿔싸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러 전깃줄에 얹혀 있는 배드민턴 공과 그 옆에 고무신 한 짝이 있는 모습을 그린다. 배드민턴 공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무신 한 짝을 던졌는데 그 고무신마저 전깃줄에 얹힌 것이다. 아이들 입에서 “아뿔싸”라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겠는가.


▲지혜로운 선인들은 기회(機會·Opportunity)를 실감 있게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은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다. 그의 양 발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손에는 저울과 칼이 들려 있다.’


앞머리가 무성한 까닭은 기회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채지 못하게 하고, 기회를 발견했을 때에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한 이유다. 또 뒷머리가 대머리인 까닭은 기회가 한번 지나가면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빨라 사라지기 위해서다.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기회의 경중을 정확히 판단하라는 뜻이며, 칼을 든 이유는 칼같이 결단하라는 뜻이다. 기회의 모습이 정교하다. 


▲새해 갑진년 1월이다. 1월(January)은 어떤 모습일까. 1월의 어원이 된 로마의 신 야누스(Janus)는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 하나는 과거를 향해, 하나는 미래를 향해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올해 4월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제주시갑·제주시을·서귀포시선거구에서 출마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벌써 분주하다. 4년에 한 번 있는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회의 신이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회의 무게가 누구에게 쏠리고 있는 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고 보면 1월과 마찬가지로 기회도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


신과 같은 지혜가 없는 인간의 속성상 기회를 모두 움켜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해 4월에는 기회를 잡은 이와 기회를 놓친 이의 얼굴이 공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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