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척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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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현, 수필가

‘여자의 일생’, ‘목걸이’, ‘비계덩어리’ 등 유명 작품을 발표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 드 모파상’이란 프랑스 작가가 있다. 도서관에서 그 작가의 ‘달걀을 품은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동화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동화도 썼구나 싶은 궁금증이 얼른 책을 펴게 했다. 동화답게 얼마간의 글과 나머지는 그림으로 지면은 구성돼 있었다.

앙트완 할아버지와 부인 콜레트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할아버지는 성격이 서글서글하고 사람 좋아 주변이 북적대는데 딱 한 사람과는 늘 안 맞는다. 바로 할머니다. 소일 삼아 작은 찻집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뒷마당에서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며 소소하게 수입을 얻는 할머니.

어느날, 할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침상 생활을 하게 되자 ‘이젠 내가 씻기고 먹일 돼지가 하나 더 늘었다’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린다. 이어 할아버지를 향해 ‘아파 열도 나니 잘됐다’라는 말과 함께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까도록 하라’며 열 개의 달걀을 건넨다. 할아버지가 무슨 말이냐고 버럭 화를 내다가 몸을 뒤척이는 바람에 달걀 한 개를 깨뜨리고 만다. 바로 그때 ‘달걀 하나 깨질 때마다 그날 밥은 굶는다‘라는 말을 할머니는 잊지 않았다.

처음엔 펄쩍 뛰었지만, 할아버지는 품고 있는 달걀이 또 깨어질까 조심하고 긴장하느라 자연스레 침상 생활의 무료함도 덜게 된다. 마침내 21일이 되던 날, 할아버지는 뭔가 손등에서 콕콕거리는 느낌에 들여다보니 갓 알에서 깬 병아리가 쪼고 있는 게 아닌가. 다음날은 수염 속에서, 발치에서도…. 할아버지는 무척 신기하고 기뻤다. 이튿날도, 또 다음날도. 맨 마지막 병아리가 알에서 깨자 ’이건 내가 키우면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냉큼 가져가 버렸다. 며칠 후 창문 너머로 수탉이 보이자 혹시 병아리들을 괴롭히는 게 아닌가 하고 슬며시 닭장 주변을 보는데 저들끼리 잘 노는 걸 보자 흐뭇했다’라는 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동화에서처럼 말도 안 되는 말이나 행동이 어떤 계기가 돼 공동의 관심사가 될 때 서로의 관계가 당겨진다는 것을 작가는 그려냈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닐지라도 무관심으로 감정의 골을 확인하며 사느니, 관심을 가져 상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반목과 짜증으로 상대를 향해 각을 세우고, 일이나 감정에 대한 전후 상황설명은 생략된 채, 자기 기분이나 생각에 따른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바라본다면 관계는 늘 요원하게 될 것이다.

내가 바뀌면 상대도 바뀌게 되고 작은 관심이 상대방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되는 예를 본다.

갑진년 올해는 관계가 소원하든 아니든, 먼저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다가가는 일을 시도해 봐야겠다. 관심에 따른 ‘꾸준히, 오래도록’이 문제긴 하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목소리 톤을 낮춘 후 다정한 척 연습 삼아 먼저 전화를 해봐야지.

척이면 어떠리.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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