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그리고 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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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운 시조시인

연말이나 연시에는 덕담이 오고 간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이나 새해를 맞이하며 앞으로 잘하자는 다짐 섞인 말들이 그것이다.

지난해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로움을 보느라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이라 한다. 이 외에도‘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과 ‘무능한 사람이 재능있는 척한다’는 뜻으로 쓰는 남우충수藍芋充數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2022년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깔린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이다. 아니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사자성어로 빗댄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사회지도층 인사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크게는 나라의 경제를 걱정하고 작게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걱정한다. 교수들은 사자성어를 빌려 표현했지만 달리는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상대에 대한 배려의 부족과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피폐를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너무 편하게 벗들과 이웃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늘 만나는 직장동료들, 선배 후배들, 동창회 회원들, 친목회 회원들 등등 주변의 관계에서 섭섭함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는가 살펴볼 일이다.

언제나처럼 지난 연말에 송년회를 하면서 회원들끼리 얼굴 보고 술 한잔하며 지난 것들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다짐했다. 일상적인 만남이 아니라 이벤트를 만들어서 모임의 행사 중 하나로 진행했다. 평상시에는 회원들만 모이다가 연말 모임이라서 부부동반으로 모임이 확대되었다. 그런데 이런 송년 모임에 집안일로 참석이 어려운 회원이 생겼다. 모임은 그대로 진행되었고 그 회원에게는 섭섭함을 안겨 주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그 회원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았다. 연말이라 다른 행사가 많다는 자기중심의 일정이 아니라 불참회원의 입장을 고려했으면 좋았다.

작은 모임이더라도 그 모임을 유지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배려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의 이익을 버려야 한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모든 회원이 참석하도록 날짜나 시간의 변경을 고려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어떻게 해야 상대가 이로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이로움을 먼저 생각하다 보면 정작 모임의 의미와 가치가 퇴색해버리게 된다.

이제 또 한해가 시작되었다. 올해에도 모임은 있다. 모임에서 나의 이로움을 버리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의 이로움을 생각해야 하겠다.

오늘도 나는 주변의 벗과 이웃을 만나기 위해 모임에 간다. 갑진년 값지게 주변의 사람들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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